주된 원인은 국제 유가 급등에 있다. 발전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가 최근 7년 만의 최고 수준인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함에 따라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분기당 한 번씩 발전 원가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해 초에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면서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분기에 ㎾h당 3원 인하됐다가 4분기에 3원 인상으로 원위치됐을 뿐이다. 국제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는 동결된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1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급속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초래한 발전원가 상승으로 한전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제 연료비 연동제까지 유명무실해졌다. 이에 따른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고장난 전력정책을 상징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연료비 연동제 운영과 전기요금 조정 권한을 정부에서 떼어내 독립적 기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력 정책의 정치 도구화가 더 계속돼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