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이 제동 건 방역패스, 항고보다 자성ㆍ보완이 먼저다

  • 등록 2022-01-06 오전 5:00:00

    수정 2022-01-06 오전 5:00:00

법원이 정부의 방역패스 확대 도입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그제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된 본안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학원·독서실·스터디 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화 조치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곧바로 언론을 통해 항고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7월 대면예배 금지 조치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을 때와는 다른 태도다. 그때에는 정부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서 종교계와 대면예배 허용 기준과 범위 등에 대한 협의에 나섰다. 반면에 이번에는 불복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법원의 결정이 방역패스를 주된 수단으로 삼기 시작한 정부 방역정책의 골간을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정문 내용을 보면 법원은 학원·독서실·스터디 카페와 같은 학습시설은 학생뿐 아니라 취업준비생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교육의 자유만이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백신 미접종 청소년에게 학습권상 불이익을 가하는 백신패스 의무화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이므로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법원이 백신패스 적용 대상자의 연령이나 대상시설 간 형평성이 아닌 국민 기본권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 만큼 법원의 이번 결정은 백신패스를 포함한 정부 방역정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백신 접종의 사실상 강제와 백신패스 의무화에 반대하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방역정책을 보다 신중하게 펼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무엇이든 정부가 결정하면 국민은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온 K방역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자성할 필요가 있다. 법리에도 부합하고 국민의 자발적 협조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코로나 방역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가 항고해서 길게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은 국민 일상생활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방역성과의 측면에서도 별 실익이 없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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