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연물의약품 발암물질 규제 타당한가

  • 등록 2015-09-25 오전 2:55:00

    수정 2015-09-25 오전 2:55: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와 산업 육성은 양립하기 힘든 논제 중 하나다. 안전관리 확대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산업 육성을 위해 안전관리를 느슨하게 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연물 의약품의 유해물질 관리 강화 방침을 정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서울 서초구 제약협회에서 설명회를 열어 2016년 5월까지 천연물 의약품의 벤조피렌 함량을 일정 수준이하로 줄일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벤조피렌에 대한 규제를 신설한다는 의미다.

음식이 탈 때 주로 발생하는 벤조피렌은 대표적인 발암물질 중 하나다. 동물이나 식물 등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천연물의약품은 벤조피렌 발생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한약재와 같은 식물을 고온에서 건조하거나 끓이는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식약처는 벤조피렌처럼 제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은 별도기준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국내 천연물 의약품의 벤조피렌 함량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것도 식약처의 일관된 설명이다.

하지만 천연물 의약품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이 논란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2013년 일부 천연물신약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며 판매금지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국민들이 복용하는 제품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은 찬성할만하다. 벤조피렌과 같은 유해물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운영하지 않는 관리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 조치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선제적 안전관리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만 안전 관리기준을 강화하면 해외에서는 문제없는 제품이 국내에서는 불량 의약품으로 낙인찍혀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수입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제약사들은 적격 원료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유독 천연물 의약품에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번 규제를 만들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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