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 호응 폭발…3교대 생산직엔 적용 고민"

정부 유연근무 컨설팅 업체 가보니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케이피티'
출산휴가 복귀 직원 등 수요 많아
'직원 절반' 생산직엔 당장 어려워
  • 등록 2024-06-03 오전 5:00:00

    수정 2024-06-03 오전 5:00:0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3교대인 생산직에 ‘4조 3교대’ 식으로 유연근무를 도입하면 직원 급여가 줄어들 텐데, 직원들한테 좋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동일한 급여를 주기엔 회사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5월 3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케이피티’ 본사. 이재욱 사장은 회사를 찾은 이정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에게 “유연근무를 도입하더라도 생산직은 가장 늦게 적용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한(가운데)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지난 5월3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화상품 원료 제조업체 ‘케이피티’ 본사에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케이피티의 이재욱 사장, 김준원 상무, 이지영 경영기획팀장, 연구개발팀의 가지은 씨, 강연복 씨, 고용부 유연근무 종합 컨설팅을 수행 중인 정현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HR혁신센터장, 김희영 컨설턴트 등이 참석했다.(사진=서대웅 기자)
케이피티는 고용부의 유연근무 도입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상시근로자 93명 중 현재 2명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유연근무를 완벽히 도입한 상태는 아니다. 이 실장은 “유연근무를 도입하려는 사업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정책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뭐가 있을지 등을 말씀 듣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이 사장은 고객사인 대기업과 영업차 미팅을 하며 유연근무 취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구매담당 임원과 팀장을 만나 뵙는데 매우 이른 시간이었다”며 “팀장에게 물어보니 유연근무 덕에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제도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출산휴가 후 복직한 직원이 있는데, 이런 직원에겐 유연근무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시범도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유연근무를 사용 중인 근로자 만족도는 높았다. 이 회사 연구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강연복(39) 씨는 “아이들은 자주 아픈데 병원에선 약을 3일 치만 준다. 그만큼 자주 병원에 가야 하지만 대기 시간이 만만치 않다”며 “근무시간을 조정해 조금만 일찍 가도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유연근무 컨설팅을 수행 중인 김희영 컨설턴트(공인노무사)는 “2주 전 회사와 킥오프 미팅을 하고 경영진, 직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결혼 적령기 근로자가 많은데, 출산 이후 복직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여성 직원을 중심으로 유연근무 도입 수요가 많았다”고 했다.

회사는 유연근무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김준원 상무(CFO)는 “유연근무는 필요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유연근무) 권리를 못 누리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생산직은 3교대로 돌아가는데 이분들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재욱 사장이 가장 큰 고민으로 털어놓은 점도 이 부분이었다. 케이피티는 근로자 93명 중 생산직이 44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 사장은 “생산직은 시급(시간 급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생산팀에 새로운 근무 방법을 도입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정한 고용부 실장은 “대기업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유연근무 제도가 지역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다만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정책 당국자로서 같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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