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읽는 증시]<7>'롤러코스터' 가상화폐 테마주株, 실체는?

'거래소 폐쇄 추진'에 30% 하락…靑 "확정 아냐" 뒤 10% 상승
비덴트 등 적자·우리기술은 흑자…전문가 "실적 상관없이 위험"
  • 등록 2018-01-15 오전 12:00:00

    수정 2018-01-15 오전 12:00:00

비트코인 모형 주화.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법무부 장관 해임하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뿔 났습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는 도박”이라며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부터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 화폐 관련 청원은 지난 12일 기준 3000건을 넘었고 11만명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 동참했습니다. 마감일인 오는 27일 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테마주(株)를 산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일 겁니다. 관련주 역시 박 장관의 말 한마디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입니다. 12일 기준 가상화폐 가격은 20% 정도 떨어졌습니다. 가상화폐 관련주의 주가는 30%로 하락하며 더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반면 오후 늦게 청와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10% 안팎으로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가상화폐 관련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셈입니다.

가상화폐 테마주는 거래소에 지분이 있는 곳을 말합니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을 보유한 옴니텔과 비덴트,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 등입니다. 이밖에 한일진공과 디지탈옵틱 등 개점을 앞둔 거래소에 투자한 곳도 가상화폐 관련주에 속합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을 ‘실체 없는 테마주’로 규정합니다.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주요사업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인다는 얘깁니다.

실제 가상화폐 관련주 회사 대부분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거나 거래소를 운영하는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곳도 없습니다.

이들 중 몇 업체들의 2016년 말 기준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봤습니다. 비덴트는 방송통신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자산총계가 933억원인 이 회사의 매출은 239억원이지만 57억원의 영업손실과 2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옴니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산총계는 230억원이고 매출 297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70억원의 영업손실과 1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핸드폰용 카메라렌즈를 만드는 디지탈옵틱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각각 228억원, 503억원을 냈습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을 하는 우리기술투자의 경우 흑자를 내고 있지만 영업이익 9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으로 규모는 작습니다.

그럼 비트코인 테마주 중 자산 규모가 크거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그나마 실적이 있는 업체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할까요? 증시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기업 펀더멘털을 무시할 정도로 비트코인 이슈가 워낙 큰 탓입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루, 한시가 다르게 주가가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테마주 기업들을 세세히 보는 증권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 규모도 워낙 작을 뿐더러 비트코인 이슈가 모든 걸 묻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또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테마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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