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안전은 한 몸”…한화 미사일 공장 근로자 지키는 ‘안전주임’

[산재 예방하는 위험성평가]⑤고위험 대형 사업장의 안전 비결
직원 600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 위험성평가 안착
“생산과 안전은 한 몸…안전주임 제도로 위험성평가 실효 높여”
공정 이해 높고 전문성도 키워…안전인력 유출 대책 효과도 ‘톡톡’
  • 등록 2023-08-02 오전 5:00:00

    수정 2023-08-02 오전 7:37:40

[보은=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위험 사업장인 만큼 근로자가 믿고 일할 수 있도록 최고의 안전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생산과 안전은 따로 떨어져 있는 업무가 아니라, 하나의 업무입니다. 작업 환경 속에서 늘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이유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 제공)
지난달 28일 충북 보은에서 만난 강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보은사업장장(전무)는 “생산 팀마다 안전 업무만 담당하는 직원을 선정해 주임 보직을 주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한 뒤 상시로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는 산재 예방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밀 유도 미사일부터 원격 기폭 지뢰, 경량 수류탄, 탄약까지 생산하는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은 직원만 6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이다. 폭발·화재 위험이 높은 화약 등을 다루는 고위험 사업장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사고가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 그만큼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체계도 촘촘하게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강 전무의 설명이다. 먼저 사업장의 목표와 전략,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부터 안전을 중심에 뒀다. 또 공정에 필요한 화약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한 자체 실험실부터 폭발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충분한 안전 설비도 마련했다.

하지만 보은사업장이 꼽는 핵심 안전관리 수단은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함께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을 예방하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 산재 감축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강 전무는 “사업 확장으로 신규사업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위험요인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안전한 환경을 위한 경영진의 의지는 강력하다”며 “특히 보은사업장은 전 직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위험성평가를 안착하기 위해 주력했고, 그 중심에 안전주임 제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주임은 보은사업장만의 독특한 위험성평가 제도다. 직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큰 사업장들은 업무 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이에 근로자들은 생산과 안전을 분리된 업무로 인식하기 일쑤고, 현장 작업자들은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보은사업장은 생산팀 내에 안전만을 담당하는 직원을 선임했다. 안전주임은 작업 과정 내내 안전사고 발생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등 위험성평가를 수시로 진행한다.

이 사업장의 고상섬 안전환경팀장은 “생산팀 인력 중 1명을 자원 받아 주임으로 승진시키고, 전문 교육을 받게 한 뒤 아예 해당 팀의 공정에 대한 안전을 전담하도록 했다”며 “기존 안전팀이 큰 틀의 계획을 세우고 지도한다면, 안전주임은 해당 팀의 교육부터 서류와 설비 점검까지 도맡아 공정 안전의 전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고체 연료 공정 관련 위험성평가 회의에서도 안전주임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생산팀 내 인력으로서 공정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작업 과정 중 근로자들의 동선·성향 등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소한 요소들도 놓치지 않았다. 회의에 배석한 안전관리자와 현장 근로자, 설비 담당자들은 안전주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안전주임 선임 후 안전 인력의 잦은 유출 문제도 해결됐다. 고 팀장은 “최근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전관리 인력의 유동성이 커졌고, 그로 인한 안전 공백 우려도 있었다”며 “생산 전문직을 안전주임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키운 뒤로는 인력 유출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고체 연료 공정에 관한 위험성평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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