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요즘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다면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제격이다. 지난 달 3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대극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코미디 뮤지컬로 연일 관객의 웃음이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공연제작사 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 장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한다.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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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철부지 같은 성격으로 아내 미란다와 이혼까지 하게 된 성우 다니엘이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보모인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변신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다니엘·다웃파이어 부인 역에 가수 겸 배우 임창정과 뮤지컬배우 정성화, 양준모가 캐스팅돼 3색 매력을 보여준다.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또한 다니엘 역 배우들의 ‘퀵 체인지’(의상·분장 등을 빨리 바꾸는 것)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은 가발과 마스크, 특수분장 수트 등을 통해 8초 내외의 빠른 시간에 ‘퀵 체인지’하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퀵 체인지’를 무대 위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만의 재미가 쏠쏠하다. 법원 심사관이 다니엘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그렇다. 원작에서도 웃음 포인트로 등장한 장면인데, 뮤지컬에서도 이를 완벽하게 재연해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원작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추억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대사와 설정 등을 한국적 정서에 맞춘 ‘K-패치’도 눈에 띈다. 제작사는 이번 공연을 ‘논 레플리카’(원작의 대본, 음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재창작하는 공연 형식) 형태로 선보이면서 가사와 대사 등을 한국 분위기에 맞춰 각색했다. 정확한 영화 번역으로 잘 알려진 번역가 황석희가 번역에 참여해 한국 관객의 공감대를 높였다. 세 주연 배우 특성에 맞춘 대사도 웃음 포인트다. 그 중에서도 임창정은 자신의 히트곡 ‘소주 한 잔’과 절친한 가수 이효리를 언급하는가 하면, 정성화는 여장을 하는 장면에서 ‘킹키부츠’를 언급해 관객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 장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한다.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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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부터 록, 디스코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된 넘버, 루프머신(일정 구간을 반복 재생하는 악기)을 활용한 비트박스와 랩, 개성 넘치는 조연 및 아역 캐릭터까지 들을 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 절정은 2막에 등장하는 넘버 ‘유브 빈 플레잉 위드 파이어’(You‘ve Been Playing with Fire)다. 자신이 다웃파이어 부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다니엘의 고뇌가 폭발하는 노래로 무대 뒤편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영상과 함께 관객을 압도한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한국 뮤지컬은 엄숙주의가 많았는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가볍고 유쾌하고 재밌다는 점에서 코미디에서 출발한 뮤지컬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며 “웃음 속에 감동까지 진정성 있게 잘 담았고, 한국적인 각색도 잘 했다”고 평했다. 다니엘의 아내 미란다 역에는 배우 신영숙·박혜나, 미란다의 대학 동창이자 다니엘의 라이벌인 스튜어트 역에는 배우 김다현·김산호가 캐스팅됐다. 오는 11월 6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