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전 국내 전기·가스 공급을 도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015760)와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우려대로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받아들었다. 문재인정부의 원칙 없는 시장 개입이 실적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 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5조8465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손실 규모다. 같은 날 가스공사는 작년말 기준 미수금이 역대 최대인 8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다. 가스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사업 수익 등으로 2조46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늘어난 미수금에 고개를 숙였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악화는 액화천연가스(LNG) 국제시세 급등과 함께 정부의 원칙 없는 시장개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NG는 국내 전체 난방수요의 약 85%를 맡고 있는 도시가스의 원료이자, 국내 전체 발전의 30%를 차지하는 가스(복합)화력발전의 연료이기도 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LNG수입단가는 △2020년 t당 392.7달러 △2021년 555.2달러 △2022년 1077.8달러로 2년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1월까지 동결해 오다, 이후 1년간 서울 주택용 기준 1메가줄(MJ)당 14.2243원에서 19.6910원으로 38.4% 올리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요금은 공공재’라는 명분 아래 요금 인상을 강하게 억제한 탓이다. 또 원자력발전(원전)을 배제한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운 결과, 우리나라 전기·가스 공급망은 국제 가스 가격 변동에 더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버린 영향도 컸다.
| (사진=연합뉴스) |
|
지난 2년간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고스란히 쌓여왔다. 지난해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만 2조원(채권 금리 연 5% 기준)이 넘는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하더라도 늘어난 이자 부담에 계속 빚을 갚아야할 처지다. 전기·가스요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요금을 원가 변동에 맞춰 제때 반영했다면 ‘요금 신호’를 통해 소비자의 난방비 체감 부담을 줄이고,한전·가스공사의 재무 부담도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부는 에너지 요금은 시장에 맡기고 취약계층 복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사진=가스공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