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이번주 화두는 전쟁이다. 코앞에 닥쳐온 이라크 전쟁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핵문제로 시장은 살얼음판같은 상황. 정부와 정치권, 재계의 대응책 마련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효율적인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초 재경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경제챙기기에 직접 나선다. 재계와 잇따른 만남, 여야간 정책협의 등도 예정돼 있다. 재벌개혁과 부처별 쟁점현안, 대선 공약사항 입법화 등이 주요 의제.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한 판단과 대응수위 관련 발언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발 충격파..대응책 고심 = 미국이 정한 최후통첩 시한은 17일. 전쟁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난주 주가 환율이 최저·최고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유가가 급등하고, 외국인자금 이탈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요인이 예상보다 나쁘게 진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정부의 방침은 일단 한은 차입 등을 통한 재정 조기집행으로 추가적인 경기악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주가급락 등에 대해서는 단기 부양책보다 장기적 수요기반 확충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하지만 전쟁의 기간이나 강도, 발발후 상황변화 등에 따라 정책조합(policy mix)이나 대응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주 민간 경제연구소장들은 북핵과 이라크사태 등 외부악재의 영향이 워낙 심각한만큼 포괄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정부에 권고했다.
세제나 금리를 통한 대응이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정부가 어떤 정책조합을 선택할지가 관심사다. 대통령과 경제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통령 업무보고..경제챙기기 = 노 대통령은 재경부 업무보고와 내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청와대가 아닌 과천청사에서 직접 주재, "경제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만큼 경제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 개최도 지시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10일 재경부를 시작으로 12일 기획예산처, 14일 농림부, 15일 국방부 등으로 이어진다. 업무보고는 현황파악보다는 부처별 쟁점과 현안 등 인수위 보고사항을 확인하고 지침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업무보고에 경기대응 및 증시대책 등도 함께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보고에는 국무총리, 예산처장관, 국무조정실장, 비서실장, 정책실장, 관계수석 및 보좌관이 배석하며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해당 정조위원장, 인수위 자문위원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주 재경부 차관보 주재로 `경제동향 점검관리팀` 회의를 열어 연기금과 시중여유 자금의 증시유입 유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증시 등 시장침체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원인이 큰 것으로 보고 단기적인 부양책은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13일 오전 7시30부터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부부처와 여야가 참석하는 정책협의회가 개최된다. 정책협의회에서는 경제동향점검 및 대응방안이 논의되며 대선공약중 여야간 입장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연쇄면담..재벌개혁 포석은 = 노 대통령은 10일 경제 5단체장과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는 고건 국무총리와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경제부처 장관,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정우 정책실장 등 20여명이 배석할 예정이다.재벌개혁과 기업규제 완화가 주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은 시장개혁의 일부로, 5년내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속도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통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건 총리는 12일 오후 6시 총리공관에서 경제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5단체장과 별도 만찬 모임을 갖는다. 정부측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재계는 SK 등 대기업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국민소득 2만달러 조기달성 등을 위한 의견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오후 5시30분 코엑스에서는 새 정부 경제팀과 재계간 대규모 리셉션이 열린다. 정부측에서 김진표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 경제정책조정회의 멤버들과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하고 재계에서는 경제 5단체장을 비롯, 국내외 최고경영자(CEO) 500여명이 참석한다.
◇공정·금감위원장 인선 관심 = 청와대의 거듭된 사퇴압박에 사표제출과 입장표명 유보로 각기 다른 길을 택한 공정거래위원장과 금감위원장의 인선도 이번주 관심사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인선지연이 업무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 공정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후임인선은 가급적 빠르게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금감위원장 거취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위원장의 거취는 주중반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제팀 일원으로 호흡을 맞춰야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번주 여야정 정책협의나 재계 간담회 등에 참석할 경우 교체 가능성보다 임기존중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위원장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이들 부처에 어떤 성향의 인물이 포진할지에 따라 참여정부 개혁의 색깔이 지금과는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임인선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지난주 발표 예정이었던 금감위의 공개추진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방안은 1주일 연기돼 10일 발표된다. 11일에는 금감위가 2002년 은행 경영분석 자료를, 13일에는 재경부가 2월 소비자전망조사, 한은이 1월중 국제수지 동향을 각각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