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인근과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면서 그동안 폭넓게 허용돼왔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권교체 후 대통령 집무실 앞이 새로운 ‘집회·시위의 성지’가 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가 벌어지면서 표현의 자유가 금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대기업 본사나 기업 회장 또는 관련 회사의 대표(CEO) 자택 앞에선 상식을 벗어난 집회가 수시로 열리면서 인근 시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태다. 최근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출퇴근 시위 등 특정 집단의 의사표시가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최근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앞을 집회·시위 금지 구역으로 각각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인데 법에 따라야 되지 않겠나”라며 특정 권력자를 위한 입법엔 반대한단 뜻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 특정기업 등 일부 권력자나 집단을 위한 입법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국민의 평온한 삶을 위한 ‘행복추구권’, ‘쾌적한 환경권’,‘인간답게 생활할 권리’ 등 다른 헌법 조항과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집시법 개정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과도한 집회·시위로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면 이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며 “당장 시행령을 고쳐 소음 규제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법을 한 번이라도 어겼을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의 법 개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보름째 주차중인 문 전 대통령 반대 단체 집회 차량(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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