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늦춰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1일 귀국했으나 국회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 제출 여부에 대한 아무런 발표도 없이 주말을 넘기고 말았다.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 발표 이래 끊이지 않고 제기돼온 그의 역사관 왜곡 논란으로 인해 청문회를 강행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심이 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분명한 사실은 결단을 늦춘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국정공백만 길어질 뿐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홍원 총리가 사퇴를 표명한 이래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제2기 내각의 진용이 발표되긴 했으나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내달로 예정된 여당 전당대회와 곧바로 이어지는 7·30 재보선 등 정치일정까지 감안한다면 국정공백과 혼란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문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역사인식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의 논란만으로도 이미 총리로서의 역할과 국정수행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다 치더라도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반발과 마찰을 불러올 게 뻔하다. 민심을 다독이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총리의 국정수행이 그렇게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작되어서는 곤란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가 금명간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것 같다. 자신의 명예회복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국정수행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대승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설령 청문회까지 이르러 역사관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진의를 소상히 밝힌다고 해서 명예회복을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논란만 증폭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박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따라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강행하는 방안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적 타격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안타깝더라도 버려야 할 카드는 버려야 한다.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임명하는 총리로 인해 자꾸 국정분열 현상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