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기주의를 꼬집으며 ‘국민행정시대’를 필두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개편 밑그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격인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이미 금융위원회에 내부컨설팅 결과를 각각 제출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여기저기 흩어진 정책금융기관들 역시 각개전투로 조직의 생존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2013년 정부 예산안에는 기업은행 5조1000억원 등 기타 유가증권 매각대금 7조8000억원이 반영돼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산은의 컨설팅 결과 역시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시장형 기관으로 변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가장 큰 입장 차이는 정부가 대주주를 유지하느냐에 있다. 정금은 산은의 완전 민영화를 전제로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고, 산은은 기업은행(024110)처럼 정부가 대주주를 유지하면서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정부가 6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 박사는 “산은이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가겠다는 것은 일종의 국부펀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국내 정책금융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해외자원개발, 기업인수합병(M&A) 등 산은의 강점인 정책성 투자은행(IB)업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말 기준 산은금융이 10% 공모 시 현재 은행지주사 평균 PBR(0.7배)을 적용하면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1조1500억원 수준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같은 상황에 IPO를 한다면 헐값 매각 논란이 생길 것”이라며 “정금, 산은, 수은까지 역할 중복으로 경쟁이 붙어 상황이 우습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중도하차 가능성, 정치권의 부정적 기류 등은 산은의 이같은 방향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원화된 의사결정구조 지닌 컨트롤타워 필요
산은, 정금, 수은,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수많은 정책금융기관이 있지만,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비롯해 새로운 정책금융기관의 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정책기관간 업무중복은 물론 서민금융기관, 주택정책기관 등이 추가될 수 있어 정책금융기관간 교통정리 필요성이 대두된다.
금융연구기관의 A 박사는 “만약 현재 정책금융기관중 한 곳이 순수 정책금융 지주회사로 컨트롤 타워를 맡는다면, 현업은 각 정책기관으로 나눠 담당하면 된다”며 “지주회사는 자금, 전략, 기획, 평가시스템, 대민창구업무 등 순수한 롤을 수행하면 업무 중복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주회사 외의 정책금융기관들도 기관별 가장 핵심기능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업무 중목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정책금융공사는 공사법상 지주회사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금은 내부적으로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순수정책형 기관인 독일의 KfW를 벤치마크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정금을 지주회사로 두고 여타 정책금융기관을 헤쳐모으는 방식을 고려했던 만큼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신제윤 후보자는 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시장마찰을 없애려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선다”며 “각계의견과 시장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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