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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섣불리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다. 태어나 처음 본 저들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높은 곳에 선 이들은 나팔을 불고 깃발을 휘두르고, 낮은 곳에 선 이들은 다른 손들을 빌려 나선에 휘감긴 공을 허공에서 돌리고 있다.
감상보다 분석이 더 급해 보이는 작품은 작가 박민준(49)이 그린 ‘대형 잉크화’다. 작가는 숫자의 구성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한단다. 가령 ‘2’는 음양, 남녀, 삶과 죽음처럼 만물의 이중성을 말하고, ‘3’은 인간과 신을 연결한다고 했다. ‘4’에서 비로소 완전한 세계를 갖추는데 ‘땅·물·불·바람’ 같은 요소가 충족돼서란다.
여기까지면 됐다. 이제 저 정교한 필선에 빠져들어 볼 차례다.
12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두 개의 깃발’에서 볼 수 있다. 전시명은 작가가 직접 썼다는 동명소설에서 따왔단다. ‘불멸을 위한 갈망’을 소설 전반에 깔아뒀다고 했다. 종이에 잉크·아크릴. 201×136㎝.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