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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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는 소식은 정말 뜬금없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8개월 만인 지난 14일 한국 법원의 출국금지조치 해제로 귀국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바로 이튿날 그를 총리관저로 불러 면담했고 산케이는 그의 귀국 기사로 도배했다.
산케이야 자기 특파원인 데다 혐한(嫌韓)에 앞장서 온 3류 언론이니 그렇다 쳐도 아베 총리가 가토 전 지국장을 환대한 속내가 궁금하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고생했다. 재판이 계속되니 건강을 조심하라”며 위로했다고 전한다. 아무리 자국민이라도 유만부동이지 사실확인도 없이 헛소문, 그것도 주재국 대통령에 관한 악질적 오보로 재판 중인 피의자에게 뭘 위로한단 말인가.
가토 전 지국장은 그의 보도가 오보라는 한국 법원 판단에 “그동안의 심리와 검찰수사로 볼 때 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소문에 대한 칼럼을 썼을 때 명확하지 않던 사회적 관심사가 검찰 조사에서 명확해져 사회적으로 의미있었던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조차 저버렸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환대는 더욱 고약하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가까이는 지난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서 만난 자리에서 한·중·일 외무장관회담 재개를 성사시킨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며 정상회담까지 밀어붙여 온 그였다. 그러고도 박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한 기자를 호들갑스럽게 관저로 불러들이다니 상대국 정상을 배려할 줄 모르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민망스럽다.
아베 총리는 겉과 속이 달라서는 이웃나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오는 29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 그리고 8월 15일 패전기념일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