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가르브(포르투갈)=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말 전 세계 기자 300여 명을 지중해와 맞닿은 포르투갈 남단 휴양지 알가르브(Algarve) 지역으로 초청했다. 중형급 고성능차 ‘메르세데스-AMG C클래스 2종(C63 S·C63) 시승을 위해서다.
AMG C63(S)은 전작 C63 AMG의 뒤를 잇는 7년 만의 신모델로 연내 국내 출시 예정이다.
참고로 AMG는 스포츠카를 만드는 벤츠의 서브(sub) 브랜드다. 1967년 전 벤츠 직원의 작은 튜닝 회사로 시작했으나 설립 후 레이싱 대회를 휩쓸며 벤츠의 대표적인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2005년 벤츠의 자회사가 됐다.
국내에도 소형 A 45 AMG 4매틱(6500만원)부터 대형 S63 AMG 4매틱 롱(2억900만원)까지 13개의 AMG가 판매 중이다 .
특히 이번 C63 신모델부터는 아예 이름을 바꿨다. 벤츠의 C63 AMG가 아니라 AMG의 C63이다. 브랜드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벤츠를 뗀 ‘메르세데스-AMG’로 했다.
| 메르세데스-AMG C63 S 주행모습. 벤츠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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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왼쪽 빨간 원이 지난달 메르세데스-AMG C63 (S)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린 포르투갈 알가르브 지역이다. 빙(Bing)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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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이름만큼이나 모든 게 바뀌었다. 배기량 6.2리터 8기통 가솔린 엔진을 4.0리터급 터보로 다운사이징했지만 성능은 이전보다 강력해졌다.
고성능 모델인 C63 S 기준 최고출력은 510마력(이전 507마력), 최대토크는 68.6㎏·m(이전 61.2㎏·m)다. 그럼에도 유럽 기준 복합연비는 8.2㎞/ℓ로 이전 모델보다 높아졌다. 전작의 국내 기준 연비는 6.5㎞/ℓ다. 단, 통상 국내 인증연비가 유럽보다 10~20% 나쁘다.
호사스러운 주행 성능파로 공항에서 출발해 포르티망을 돌아 오는 약 311㎞, 다섯 시간의 시승 체험은 호사스러웠다.
디자인은 얼핏 봐서는 보통의 C클래스와 큰 차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모든 게 다르다. 고성능차의 핵심인 열 관리에 최적화했다는 앞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미쉐린의 19인치 고성능 타이어 사이로 보이는 AMG 전용 휠과 브레이크 디스크까지 곳곳이 AMG의 손길이 닿아 있다.
특히 엔진룸 속 엔진 위 엔지니어의 자필 서명은 AMG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모든 AMG의 엔진은 엔지니어 한 명이 도맡아 조립한다.
’부릉.‘ 시동을 거니 경쾌한 엔진음이 반겼다. “8기통의 배기음은 AMG의 상표”라는 게 AMG의 엔진 개발자 베르너 페테르(Werner Peter) 씨의 설명이다.
엔진음이 참 좋았다. 시승 내내 감상했다. 배기음도 배기음이지만 가끔씩 터져나오는 흡기음은 더 매력적이었다. 굳이 음악을 틀 필요가 없었다. 엔진음을 빼면 실내는 생각 이상으로 조용했다. 밖에서 들리는 폭발음을 생각하면 극과 극의 체험이었다 .
| 메르세데스-AMG C63 엔진룸 모습. 배기량 4.0리터 8기통(V8) 가솔린 터보 엔진에 뒷바퀴굴림 방식의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DCT)가 조합됐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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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엔진룸 내 부착된 엔지니어의 자필 서명.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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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모드를 ’컴포트(Comport)‘에 놓고 출발했다. 부드러웠다. 그러나 이내 스포트 플러스(Sport+)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AMG를 타면서 연비나 안락함만 생각하는 건 ’직무유기‘다.
AMG 주행 모드의 특징은 뚜렷한 성격 변화였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엔진음을 빼면 보통의 C클래스 세단과 비슷했던 반면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선 야수성이 느껴졌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민첩하게 반응했다. AMG C63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4.0~4.1초 걸린다. 감·가속은 물론 고속에서의 핸들링도 자유자재였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일상에서의 주행도 좋았다. 호젓한 유럽 시골 길에 들어서며 정속주행 모드를 작동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 속도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 덕분에 페달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차선이탈방지장치로 완만한 곡선주로에선 핸들을 움직일 일도 없었다.
평균 실연비는 5㎞/ℓ에 조금 못 미쳤다. 시승 내내 거칠게 몰았던 탓이다. 얌전하게만 타면 실연비는 더 좋아겠지만 이 차를 타고 과연 얌전해질 수 있을까.
| 메르세데스-AMG C63 앞좌석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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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위한 메르세데스-AMG C63의 전방 센서.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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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라디에이터 그릴 모습. 엔진 열관리에 최적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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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전조등 모습. 주간주행등(DRL)이 기본 탑재됐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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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선 ’깡패‘ 면모무대를 자동차 경주장(서킷)으로 옮겼다. 한 바퀴가 약 4.4㎞인 알가르브 인터내셔널 서킷.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큰 고저차와 가혹한 코너링이 롤러코스터마냥 잇달아 펼쳐지는 짜릿한 코스다.
서킷에서는 주행 모드를 ’레이스(Race)‘로 고정했다. 고성능 모델인 C63 S에만 있는 기능이다. 차체는 더 단단해졌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C) 같은 전자식 안전장치의 개입이 줄었다.
짜릿했다. 때론 무섭기까지 했다. 적잖은 서킷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내달린 건 처음이었다. 차도 서킷도 그만큼 재밌었다. 서킷을 열 바퀴 돌고 ‘피트 인(feet-in)’ 했을 때 온 몸은 땀 범벅이었다.
특히 시속 100㎞를 넘나드는 고속 코너링은 ’익스트림 스포츠‘ 그 자체였다. 한 참가자는 “깡패같다”고 표현했다.
엑셀 페달은 고속 코너링 와중에도 더 반응했다. 무리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며 생긴 언더스티어 탓에 차가 돌기도 했다. 차는 그때마다 미숙한 운전자를 대신해 스스로 자세를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AMG C63는 재미를 위해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서킷 자체가 재밌기도 했다. 급격한 오르막 코너링 땐 마치 영화처럼 하늘로 붕 뜨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
문득 아쉬웠다. 이런 재밌는 서킷이 국내엔 많지 않다. 고성능차는 계속 늘어가는데 이를 발산할 공간은 없다. 고성능으로 태어난 이 차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국내 시장 반응은 어떨까. 아직 확언할 순 없다. 가격(이전 C63 AMG는 1억700만원)은 물론 출시 시기도 미정이다. 단, 이전보다는 더 큰 반응이 예상된다. AMG가 국내에서도 A45 AMG 4매틱 같은 6000만원대 소형 모델을 내놓으며 문호를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시 행사 땐 좀 더 대중적인 C클래스 기반 AMG인 벤츠 C450 AMG 4매틱도 체험했다.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참고로 C63 AMG는 현재 2도어 쿠페를 포함해 489대가 판매돼 운행(등록대수 기준)하고 있다. AMG 라인업 전체로는 총 3277대다. 경쟁 모델 격인 BMW M5와 아우디 S4는 각각 441대, 209대다 .
| 메르세데스-AMG C63 S 서킷 코너링 모습. 벤츠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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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S 서킷 주행 모습. 벤츠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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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타이어 휠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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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 메르세데스-AMG C63 주행모드 변경 조작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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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 S의 레이스(RACE) 주행모드 설정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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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의 운전석 시트. 양 옆의 튀어나온 부분이 고속 코너링 때 운전자의 자세를 잡아준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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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 C63의 4.0 V8 엔진.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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