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태의 간결한 상권매뉴얼) 점포 결정! 소 꼬리보단 닭 머리다.

  • 등록 2009-02-19 오후 2:33:00

    수정 2009-02-19 오전 12:10:27

[이데일리 이경태 칼럼니스트]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고 한다.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싶다. 창업도, 장사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자리가 있고, 하고 싶은 장사 아이템이 있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될 것이라 확신할 수도 없다. 해볼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하고,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장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행복한 클리닉은 시작 단계에서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상황 그것이다. 판을 벌이고, 패를 다 까보인 후에 멘토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그러하다.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만나게 된 배선생은 필자에게 “지금은 썰렁하지만 병원이 다 입점하면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을 하는데 소장님이 보셔도 같으시겠죠?” 위성 도시의 대형 마트 뒷 길에 있는 30평 상가를 보여주면서 하는 말이다.

채 2분도 둘러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생각으로 이 점포를 구상하고, 의미를 담고 있는 지 묻지 않아도 배선생의 머리 속이 훤히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필자에게 배선생은 “건너편은 권리금만 2억이라네요. 월세도 500에 육박하고, 가게는 겨우 10평을 넘기는데 어떻게들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참..”

본인 스스로가 불편해서 말을 붙이고 있다. 묻지 않아도 배선생의 생각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확인을 하는 것이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1. 말 그대로 건너편은 권리금이 최소 1억 이상이다. 그런데 이 상가는 신축이라서 권리금이 없다.

2. 대로에서 들어 온 상가지만 대형 마트 진입 때 간판이 보이긴(애를 써서 보자면) 하니까 소문이 나면 될 것 같다.

3. 월세도 대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300만원이다.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이 넓다.

4. 장사는 결국 하기 나름 아닌가. 제대로 맛있게 해주고, 양도 넉넉히, 서비스는 확실하게.

5. 병원이 들어오면 1층 상가들도 임대가 될 것이고 나중엔 권리금도 받을 수 있다?

1번과 3번은 자기 합리화에 따른 긍정일 것이고, 2번과 4번은 손님 입장이 아닌 점주 입장의 시각에서나 긍정할 수 있는 내용이며 마지막 5번은 점포 결정에 확신을 심기 위한 자기 암시의 보탬일 것이다.
 
나쁜 쪽도 생각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결정의 순간에만 상당히,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예스 맨”이 된다는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예스 맨의 모습을 우리는 브랜드 선정 단계, 점포 결정 단계에서 빈번하게 접한다.

배선생은 자꾸 필자의 눈을 피한다. 어제 오늘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매번 이런 식의 점포를 가지고 필자를 테스트하듯 힘을 뺀다.
 
자본이 적으니까 작은 상권을 택하여, 조금 허름하더라도 모객 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배선생은 여전히 번듯한 상가와 번듯한 상권 안에서 맴을 돌고 있다.

정답을 하나 공개하면 이렇다. A급 상권에서 C급 입지를 찾아 오픈 하는 것보다 C급 입지에서 A급 자리를 찾아 오픈하여 장사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결과에서도 만족할 수 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대가리가 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해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실패에 친근한 인간 유형일 것이다. 단언한다. 장사란 면피가 아니다. 면피는 점점 부진, 결과적으로 문을 닫음의 순화적 단어일 뿐이다.

A급 상권의 C급 입지는 육안으로 보기엔 유동량이 활기 있어 보인다. 하기 나름이라는 용기를 마구 북돋아준다. 권리금이나 월세가 중심통이나 대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싸기 때문에 ‘없는 돈에 참 잘 구했구나’ 스스로 대견하다.
 
몇 년 노력해서 안으로 붙을 생각과 꿈에 괜시리 동네에서 뻔한 손님들과 실랑이하는 식당 주인들이 불쌍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오픈 하기 전까지의 설정이다. 이때까지야 북경의 나비 날개 짓도 우스울 뿐이다. 설마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람은 결국 이기는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그 모든 설정은 오픈과 동시에 매몰차게 깨지고 만다.

- 아무도 찾지 않는다. 왜? (중심통에서도 고르기 벅찰만큼의 많은 경쟁자가 있다)

-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왜? (누가 그런 외진 자리에 가게를 차리라고 등 떠밀었나? 난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 아무도 서비스를 칭찬하지 않는다. 왜? (여기까지 밀려 들어올 때는 한적한 분위기가 필요해서일 뿐이다. 서비스가 남다르긴 하지만 외진 자리라면 당신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일 뿐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고 나서야 ‘아 뜨거’ 소리가 입에 붙는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복기해보고, 이 난관을 풀어갈 대안이 무얼까 경쟁자를 유심히 보고, 성공 롤 모델을 찾으려고 분주해진다.
 
하지만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C급 자리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이미 상황은 끝이다. 할 수 있는 카드는 “과감히 정리하고 보증금만이라도 찾을 것” 그것이다. 통상적으로 부진 점포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입지와 업종 궁합이 다르니까 업종을 바꿀 것. 물론 리뉴얼에 비용은 들지만 업종 변경으로 위기를 현재보다 낫게끔 타개할 수 있음.

둘째 아직 단골이 생기기엔 지역적 환경이나 홍보 측면에서 시간이 필요하니까 힘은 들겠지만 조금 더 끈기를 가질 것. 그런 희망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음.

셋째 이도 저도 아니니 보증금 얼마라고 건지려면 권리금, 시설비를 포기하고 손을 털어 낼 것. 희망을 버리는 것이 더 희망적임. 한달 두달 더 미적이다간 보증금마저 날리고 명도를 당할 수 있음. 말 그대로 길바닥으로 나 앉아야 함.

일을 하다 보면 100명 중에 90명이 이 세번 째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고 지나치게 말해도 사실은 현실이다. 좋은 자리에 비싼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서도 망하는 것이 이상치 않은데 그렇지 못한 자리라면 더욱 비참해지고 망가짐이 철저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긍정은 점포를 결정하는데 하등 쓸모 없는 부록이라고 과감해지자. 의식한 긍정이 어느 순간 부정으로 바뀌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노력, 운, 스킬, 마케팅보다 우선하는 것은 입지가 가진 텃세다.
 
요행은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요행을 바라면서 수천에서 수억을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당신은 왜 자꾸 요행을 바라면서 점포를 구경하는가?

[ 성공 창업 프랜차이즈 허브" 이데일리 EFN "]

현) 맛있는창업연구소 소장
주요경력서울시 실전창업스쿨 담임교수중기청, 능률협회, 프랜차이즈협회 강사음식점 창업코치외식업 트랜드&클리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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