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병수기자] 신용카드사의 연체율 증가 문제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연체율 증가를 이유로 한 카드주 폭락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면서도 4분기를 정점으로 연체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역시 관심은 "정말 그렇게 될까"다. 그렇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또 다른 변수가 끼어든다면 연체율 증가문제는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고, 신용카드주와 이와 연동된 은행주 약세도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있다.
◈ 연체증가세 둔화 논거들
국민카드는 최근 자산과 연체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그래프를 만들어냈다. "연체금액은 자산 증감에 2~4개월 후행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와 카드론을 합한 자산 순증분과 1개월이상 연체 순증을 기본 데이터로 도출한 결론이다.
이 분석을 전제로 보면 2000년 11월, 2001년 12월, 2002년 4월에 자산 순증이 각각 꼭지를 찍었다. 연체 순증은 2001년 1월, 2002년 2월에 각각 정점을 맞았다. 각각 2개월 시차를 두고 변곡점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올해는 4월에 자산순증이 꼭지를 찍었고, 연체는 9월 들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일단 연체율 증가세의 큰 흐름은 꺾인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4분기중 연체증가세 둔화가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2000년과 2001년에는 모두 2개월 후행성을 보였지만 올해는 4개월 후 연체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앞으로 연체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행성 기간이 4개월로 확대된만큼 10월과 11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분명한 것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화두는 "다중채무"와 "개인워크아웃"
후행성 기간이 연장된 분명한 이유를 찾기는 아직 힘들다. 다만, 국민카드는 다중채무와 개인워크아웃의 부작용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증가세가 4월을 정점으로 꺾이기는 했지만 카드사들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 감독당국의 제재에 따른 인위적 순증 감소로 봐야하기 때문에 추세선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도 점검해야 할 대목이다.
다시 말해 제재가 풀린 뒤 7월부터는 다시 자산 순증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9월에 떨어진 연체율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어느 때보다 카드사들의 연체 감축의지가 강하고 시스템 정비도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 증가세 반전보다는 "최소한 증가는 아니다"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들이 쉽게 장담하지 못하는 변수로 "다중채무와 개인워크아웃 부작용"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 순증세가 꺾인 뒤에도 4개월간이나 연체증가세가 지속된 이유가 어렴풋이나마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4분기에는 다중채무와 개인워크아웃 부작용이 새 화두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은 현재 다중채무의 기준을 4개 이상의 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 등을 받은 고객으로 정리하고 있다. 여신전문협회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카드이용 형태 및 이용금액, 연체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민카드의 다중채무자는 회원수 기준으로 약 5~6% 정도다. 다중채무가 문제가 되는 건 어차피 한군데서 연체가 걸리기 시작하면 나머지도 사실상 연체고객이 될 수밖에 없고, 악성 채무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들이 개인워크아웃을 이유로 대면서 더욱 악성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과 같이 카드사의 연체 회수프로그램에 들어오지 않고 버티면서 카드사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카드사별로 적지 않은 이들 다중채무자가 그대로 악성채무자로 변한다면 9월 들어 떨어진 연체율이 일시적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