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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의당 대표 수락 연설 후반부를 낭독하는 안철수 대표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국민의당의 소멸을 암시하는 부분에서 안 대표는 울먹였다. 그러나 이내 평정심을 찾은 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하겠습니다”는 부분에선 사자후를 토하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문재인정부와 전면전 선포?
안철수가 대선 패배 후 넉달 만에 당 대표로 돌아왔다. 작년 6월 리베이트 사건으로 당 대표직을 물러난 지 1년 2개월 여만이다. 제보조작·대선패배 등으로 자숙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안돼 당권에 도전하며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여전히 당 내 ‘간판스타’임을 입증하며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산적한 과제를 국민에게 외면당한 당을 재건하고 당장 지방선거 필승전략을 골몰해야 한다는 중차대한 과제가 그의 앞에 놓였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치러진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 대표는 51.09%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함께 출마한 이언주·정동영·천정배 후보를 여유롭게 제쳤다. 안 대표는 수락 연설을 낭독하며 울먹였다. “잘못과 치열하게 싸워 겪는 희생과 상처 속에 우리 당이 회생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안철수가 앞장서서 17개 시도 당선자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내부 결속을 다진 뒤 지방선거를 기필코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정부·여당을 ‘적진’으로 표현하며 ‘제대로된 야당’이 될 것을 선언했다. 수락연설에는 ‘싸움’ ‘싸우겠다’ 등 전투적인 표현이 11번이나 들어갔다. 평소 추상적인 언어를 즐겨쓰던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적진에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고, 적진에서 제일 나중에 나올 것이고, 단 한 명의 동지도 고난 속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에 명백한 ‘선전포고’를 던졌다. 소멸 위기에 처한 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안 대표는 지지율 복안 방안에 대해 “말로만 그치는 혁신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겨 드릴 것”이라며 다시 민생속으로 들어갈 것을 다짐했다.
안철수 대표의 이력은 ‘도전과 실험’으로 요약된다. 1962년 부산에서 출생한 그는 직업을 네 번이나 바꿨다. 의사·벤처기업 CEO·교수·정치인 등으로 노선을 변경할때마다 매번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2011년 개최한 청춘 콘서트다. 경험에 바탕을 둔 조언으로 청년들의 멘토로 급부상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2011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 됐으나 박원순 후보에게 정치적 거래없이 후보직을 양보하며 주목받았다.
내부 결속·지방선거 준비 등 당장 과제 산적
이처럼 스타성을 인정받은 안 대표지만 이번 당권을 거머쥐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으로 자숙을 다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당권에 도전해 비난 여론이 컸다. 조배숙·황주홍 등 12명 의원들이 출마 반대 성명문을 발표할 정도였다. 당장 비(非) 안철수 세력과의 화합이 시급한 시점이다.
제보조작으로 추락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절박한 상황이다. 책임지는 자세는 안 보인 채 ‘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원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는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로 인해 전국 정당 지지율이 5%를 밑도는 것은 물론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도 당장의 과제다. 안 대표는 누차 “인재 영입으로 반드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정의당에도 뒤지는 5%를 밑도는 현재의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51%의 아슬아슬한 과반수로 당선됐다는 점도 향후 당 운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절반에 가까운 당원이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다는 의미다. 안철수 개인의 스타성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로 보답해야 하는 시점이다. 관련 질문에 안 대표는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다른 후보를 지지하셨던 마음까지 헤아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