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화제의 중기인]롤러코스터탄 임성기 회장,호창성 대표등 5인

임성기 한미약품 대표, 개미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 입혀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정치권과 대기업에 강한 질타 일관
송하경 모나미 대표,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돼 불명예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우월적 지위 이용했다는 의혹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개성공단 중단에 수심 가득
  • 등록 2016-12-26 오전 5:00:00

    수정 2016-12-26 오전 5:00:00

[이데일리 벤처중기부] 얼어붙은 경제와 혼란스러운 정치·사회 흐름 속에서 올해 한국 중소·중견기업계에는 굵직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났다. 이데일리는 올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에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제의 중소기업인 5인을 선정했다.

첫번째 화제의 중기인으로 뽑힌 인물은 임성기(76) 한미약품 회장이다. 지난해 신약후보 물질 7개를 7조8000억원에 기술수출해 성공기업가로 손꼽혔던 임 회장은 올해는 부도덕한 기업의 수장으로 세상의 질타를 받았다. 그야말로 임 회장에게 올해는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롤러코스터 인생 그 자체였다.

지난 9월 29일 한미약품은 주식시장이 마감한 오후 4시 50분 미국 제넨텍에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개발권을 1조원에
임성기 한미약품 대표. 사진=한미약품
기술수출한다고 공시했다. 세상은 이때까지만해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릴레이가 다시 시작되는 신호탄인줄 알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주식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29분 한미약품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개발권한이 반환됐다고 공시했다. 8000억원대 계약이 깨진 것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올무티닙의 개발권 반환은 7월부터 논의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호재에 바로 이어서 악재를 공시해 개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사전에 정보를 알았던 한미약품 계열사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상무 등 45명은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90만원대에서 20만원대 후반으로 내려앉게 되면서 3조원이 넘던 임 회장의 주식자산가치는 1조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59)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올해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대기업 중심의 지원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면서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실무를 맡고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에 대해서는 동네빵집이나 음식점 등 생계형 업종만이라도 법제화를 통해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청도 박 회장과 소상공업계의 주장을 반영해 지난 23일 긴급민생경제현안 당정회의에서 생계형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보호기간 연장 검토 등의 정책을 건의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파업을 일삼아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에 대해 일침을 가하면서 “현대차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파업을 단행해 제품 불매운동까지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이후 실제로 현대차 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10월에 파업이 종료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최대 문구업체 모나미를 운영하는 송하경(58) 대표는 올해 최대 이슈인 최순실 국정농단에 얽혀 최악의 불명예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송하경 모나미 대표. 사진=모나미
송 대표는 최 씨의 딸인 장유라 씨를 위한 경마장을 사재를 털어 구입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005930)로부터 99억원 규모의 일감을 받았다. 송 대표가 삼성전자의 일감을 받는 댓가로 경마장을 구입했다고 의심받는 이유다.

송 대표는 모나미 승마단 연습 공간을 위해 직접 경마장을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승마단 창단 시기가 경마장을 구입하고 수 개월 후의 일로 사실관계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송 대표를 지난달 30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담당 수사팀은 송 대표를 피의자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모나미 측은 사실상 송 대표의 혐의가 벗어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 대표는 “검찰의 질문에 사실 그대로 답했다. 언론과 외부에 설명한 것처럼 특정인 또는 특정 기업과 전혀 상관 없다”고 해명했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사진=더벤처스
초기기업 전문투자사 더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호창성(42) 대표는 올해 뜻하지 않은 검찰 조사로 곤욕을 치렀다. 중소기업청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TIPS·이하 팁스)’ 사업 운영사로 선정된 더벤처스를 통해 호 대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팁스 선정 알선대가로 지분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은 것.

호 대표는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상플랫폼업체를 창업해 5년 만에 2300억원에 매각, 스타트업 신화를 쓴 인물이다. 스타트업계의 ‘롤모델’이었던 호 대표는 뜻밖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수감 생활까지 경험했다. 호 대표는 “검찰이 팁스 프로그램을 오해한 것”이라며 검찰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호 대표가 스타트업계에서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쪽에선 “창업 활성화 불씨를 꺼트릴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고 다른 한쪽에선 “팁스 운영사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6개월 간의 법리 공방 끝에 호 대표는 결국 지난 10월 초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호 대표가 가져간 지분의 불법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호 대표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호 대표는 현재 업무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사진=연합뉴스
정기섭(64) 개성공단기업협회장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 해가 됐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심화되자 올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발표에 기업들은 대부분 물자를 개성에 놓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애초 올 3월까지던 정 회장의 임기도 개성공단 폐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이 가장 주력한 분야는 피해보상이다. 개성공단 피해기업들이 신고한 가동 중단액은 9446억원. 정부는 각종 보험과 특별대출 등 5500억원을 지원했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과 피해기업들은 길거리에 내앉았다. 정부서울청사, 헌법재판소, 국회 등을 수개월째 돌며 개성공단 폐쇄의 부당함을 알렸다. 올 추경에서마저 개성공단 몫은 배정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최순실과 개성공단 폐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정 회장에게 시련의 겨울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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