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을 둘러싼 이명박·박근혜·문재인의 고차 방정식

  • 등록 2012-04-03 오전 6:00:00

    수정 2012-04-03 오전 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3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정치적 미래가 시험대에 올랐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4·11 총선판을 뒤흔들면서 전·현직 정권은 물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대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불법 사찰을 둘러싼 여·야·청와대 사이의 고차 방정식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세사람의 운명 또한 엇갈릴 전망이다.

갈등의 구조는 복잡다단하다. 여야 압박에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정조준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래 권력에 가장 근접한 박근혜 위원장은 참여정부·MB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신해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문재인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진퇴양난이다. 불법 사찰 파문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에서 여야 공세가 거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법적 책임은 물론 탄핵과 하야까지 거론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특검 도입과 권재진 법무장관 경질 요구 등 초강경 모드다.

정권 말기 레임덕에 시달리는 이 대통령으로서 총선 이후 식물 대통령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물타기라고 비판하지만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례를 공개하며 연일 반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묘한 점은 청와대의 참여정부 정조준이 박 위원장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도 상황은 쉽지 않다. 100석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총선 전망을 특유의 리더십으로 돌파해 원내 제1당이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었지만 불법 사찰의 후폭풍은 장담하기 어렵다. 총선 패배는 악몽이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 안팎의 반(反)박근혜 세력이 ‘박근혜 불가론’을 외치며 대안론을 꺼내들 수도 있다.

다만 불법 사찰 논란이 전·현직 정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경우 꽃놀이패를 쥘 수도 있다. 박 위원장이 불법 사찰 정국의 진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위원장은 2일 강원도 지원 유세에서 스스로를 사찰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한 뒤 “여야를 막론하고 잘못된 과거 정치를 이제 확 바꿔야 한다”고 전·현적 정권의 동반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문 고문 역시 다급해졌다. 새누리당의 텃밭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고문의 목표는 누가 뭐래도 대권이다. 여권 텃밭인 낙동강 벨트에서 조경태(부산 사하 갑), 문성근(부산 북·강서 을), 김경수(경남 김해 을) 후보 등 5명 이상의 동반 당선이 성사되면 대권은 가능성이 아닌 현실에 가까워진다.

문재인 고문이 대권을 거머쥐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완벽한 정치적 부활이다. 다만 폐족에서 정권 교체의 기수로 떠오른 그에게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의 불똥이 튈 경우 상황은 원점이 된다. 청와대의 주장에 일부 보수층은 동조하는 모양새다.

문 고문은 1일 선거 유세 도중 긴급 기자회견에서 “무서운 거짓말”이라며 일축했다. 민주당도 “노통이 몸통이라니.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고 반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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