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3rd]"공적자금 큰 틀 지켜진다..이해상충은 기우"

제3호 마켓in 매거진 피플..홍택기 한국은행 신임 외자운용원장
  • 등록 2011-05-03 오전 8:21:00

    수정 2011-05-03 오전 8:21:00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2일 13시 1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한민국이라는 초대형 투자은행(IB)에서 3000억달러에 가까운 대규모 자산운용을 총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인물. 그가 바로 홍택기 한국은행 신임 외자운용원장이다. 자율성과 개방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국(局)에서 원(院)으로 지위가 격상돼 새로 출범한 외자운용원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설계했다. 홍 원장은 실무선에서 이 조직을 직접 이끌어 가는 수장이다. 4월8일 소공별관 2층에 위치한 홍 원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외자운용원은 `Global(글로벌) BOK` 를 지향하는, 한국은행 전체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최종 대외지급 준비자산으로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 보유액 규모 확대,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화자산 운용업무 특성 등을 감안해 외화자산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홍 원장도 "외화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앞으로 자산운용업무 고유의 특성에 보다 부합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용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인사와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개방성을 높이는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홍택기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사진=한대욱 기자)
이런 취지에 맞춰 이번 조직개편에서 외화자산 운용조직을 기존 1국 2실(외화자금국·투자운용실·운용지원실)에서 1원 3부(외자운용원 산하 외자기획부·투자운용부·운용지원부) 체제로 바꿨다. 예전 체제처럼 3부의 수평적 관계를 통해 프론트와 미들, 백오피스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되 위에서 외화자산 운용업무만을 전담하는 원장이 이를 총괄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국제파트담당 부총재보가 여러 업무중 하나로 이 업무를 맡아왔다.

院승격…자율·개방성강화

홍 원장은 "조직이 커진 것 외에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 개방성 확대라는 큰 틀에 맞춰 주요 직책에 대한 대내외 공모를 실시하는 등 새로운 인력 운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원장직까지 공모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세부적으로 어떤 직책에 대해,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규모로 대내외에 개방할지 로드맵을 준비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외화자산운용의 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외환보유액이라는 특성상 유동성과 안전성 확보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운용한다는 큰 틀이 기본이다. 다만 적정한 범위내에서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원칙도 그대로다. 홍 원장은 "외자운용원으로의 개편은 자산운용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외자운용원장을 맡을 경우 외자운용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고 해외IB와 이해상충이 있을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한 거버넌스체계와 다양한 의견수렴장치 등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공적 외자운용이라는 큰 틀이 지켜질 것"이라며 "이해상충문제도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 관행이나 직업윤리로 볼때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중앙은행이라고해서 항상 안전성을 위해 더디게만 가는 것은 아니다. 국제금융 질서와 시장을 봐가면서 그때그때 투자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는 가지고 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 투자여건이 점차 좋아지는 가운데 채권과 위험-수익특성(risk-return profile)이 서로 다른 주식에 투자를 늘려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성은 높이는 중장기적인 투자 다변화조치에 나선 것이 그 좋은 사례다.

실제 한국은행 보유외화자산 가운데 주식비중은 지난2009년말 기준 3.1%에서 작년말에는 0.7%포인트나 높아졌다. 최근에는 한국투자공사(KIC)에 30억달러를 추가로 위탁하기로 결정하면서 운용외화자금의 수익성 높이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홍 원장은 이번 한국은행의 결정에 대해 "당초 170억달러 위탁은 KIC 설립 초기의 정책적인 고려로 결정된것이지만, 이번 추가 위탁은 그동안 KIC가 자산운용 역량을 꾸준히 개선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IC의 운용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자산운용기간이 짧긴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외자운용원의 경계수위는 높은 편이다. 올들어서는 일본 대지진과 중동·북아프리카(MENA) 정정 불안, 유럽 재정위기등 대외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이다. 달러화와 엔화가 강세와 약세를 오가고 있고 안전자산인 금값은 뛰고 미국 국채가격은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 환경도 숨가쁘다. 홍 원장도 이러한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균형(New Normal)` 하에서는 완만한 성장과 낮은 투자수익이 예상되며 확률분포가 평활(flat)하고 꼬리도 두터운(fat-tail) 모양을 해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것"이라며 "향후 국제금융시장은 주요 경제권의 회복속도와 미국 추가양적완화 종료와 연준의 통화정책방향, 유럽 재정위기, MENA지역 정정불안, 일본 지진피해 등의 진전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방향으로 예단하기 매우 어려운 시기"라 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질서의 큰 흐름을 주시하면서 여러 리스크요인들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시장과 신용리스크에 미치는 영향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외화자산을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홍 원장은 외자운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화자산운용에 대한 조언을 해 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달러위상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리스크요인들 가운데 일본 대지진 이후 관심을 끌고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해외투자 자산 매각에 따른 자금 본국송금 가능성에 대해 홍 원장은 "당초 지진이 처음 발생한 뒤 그런 기대감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긴 했는데, 곧바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고 현재시장에서는 그런 리스크를 높게 보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 내부적으로도 모니터링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예의주시하겠지만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경제 회복과 추가양적완화(QE2) 종료에 따른 우려 등으로 상승추세를보이고있는 미국국채의 금리리스크에 대해서도 "위기당시 전대 미문의 통화완화정책을 썼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를 순 있지만 이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비롯됐지만 당시 미국달러는 강세를 보였다"며 "위기이후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도 그 지위를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다른 통화가 나와도 기축통화으로서 달러화 위상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외자운용원은 세계은행(World Bank)과의 공조를 통해 과거에 우리가 전수받은 외화자산 운용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있다. 김중수 총재 부임 이후 강조해온 글로벌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홍 원장은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에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과거에 조언을 받던 입장에서 이제 조언하는 입장으로 바뀐 만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있다"며 "일례로 개발도상국들의 외자 운용에 있어서 자산 배분체계 모형을 만들어주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아왔다. 외자 운용에 관한 조언도 해주고 직원 연수도 시켜주곤 했다. 마침 세계은행이 공조의사를 보여왔다. 홍 원장이 직접 올해초 세계은행을 방문했고 이달초 세계은행측에서 한국은행을 찾아와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은 오는12월쯤 공동으로 국제적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워크숍도 진행하기로했다.

▲홍택기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8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지난 2000년 국제국에서 팀장 겸 부국장을 맡았다. 2003년에는 외화자금국에서 팀장과 부국장을 역임하면서 외화자금 운용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외화자금국에서 준법감시인, 운용지원실장, 투자운용실장을 두루 거쳤고 최근까지 외화자금국장으로 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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