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가율(빈집 비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건설임대주택 가운데 6개월 이상 빈집 상태로 있는 비율이 최근 4년여 사이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연말 기준으로 2019년 1.9%, 2020년 2.3%, 2021년 3.1%, 2022년 2.9%, 2023년 3.5%에 이어 올해 8월 말 5.1%에 이르렀다. 빈집 수는 8월 말 현재 4만 9889가구이며, 그중 공급된 후 한 번도 입주자를 들이지 못한 빈집도 9504가구나 된다.
청년층과 저소득층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많은데도 LH 임대주택이 대규모로 남아도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을 많이 해서가 아니다. 원인은 공급이 수요의 내용과 지리적 분포에 부합하지 않는 데 있다. 우선 임대주택의 크기가 문제다. 빈집 상태인 LH 임대주택 중 절반은 젊은 부부 두 명이 살기에도 비좁은 전용면적 10평 이하 소형이다. 신혼부부가 소형 임대주택에 당첨됐지만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한다. 수요가 많지 않은 비수도권이나 정주 여건이 미비한 지역에 과다하게 공급된 점도 지적되고 있다.
LH 임대주택이 이처럼 수요에 어긋나게 공급된 것은 물량 실적주의 탓이다. 집값이 들썩이고 전세난이 심화할 때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LH는 부적격지에까지 임대주택을 지어 부과된 공급량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 이런 과정이 누적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 빈집 급증이다. 이는 LH의 재정 부실화도 초래하고 있다. LH의 임대료 손실은 최근 5년간 15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잖아도 적자 경영의 늪에 빠진 LH가 임대주택을 짓느라 돈을 쏟아붓고는 임대료 수익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LH는 임대주택 공가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 규모와 형태, 입지 등에 관한 잠재적 수요자의 선호를 미리 파악해 공급 계획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선호도가 낮은 단지에 대해서는 입주 자격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정부도 LH에 실적만 강요하지 말고 수요에 부응하는 효율적 공급을 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