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수지 두 달 연속 적자, 석유의존형 경제 탈피해야

  • 등록 2022-02-03 오전 5:00:00

    수정 2022-02-03 오전 5:00:00

무역수지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그제 발표한 ‘2022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가 48억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6년 이후 월간 적자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에도 5억 9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고유가와 겨울철 에너지 사용 급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각종 악재들이 쌓여 있어 과연 그럴 지는 불투명하다.

수출은 제 몫을 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5.2% 늘었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1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은 것도 처음이다. 문제는 수입 쪽이다. 수입액은 증가율이 무려 35.5%로 수출 증가율의 두 배를 넘었다. 이처럼 수입이 폭증한 것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 폭등의 탓이 크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년동기 대비 90억 6000만 달러나 불어났다. 이 품목들만 빼면 지난달에도 흑자 유지가 가능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정부 예상처럼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지는 의문이다. 국제 유가는 1월 한달에만 17%나 오르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까지 가세해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90달러(브렌트유 기준) 선을 넘어선 국제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무역 주도권 확보를 위한 G2간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달러당 1209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키는 최대 안전판은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석유 의존형 경제를 탈피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튼튼히 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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