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인사이트]트럼프 2.0 시대, 우리의 기회

미국내 산업기반 강화 도모
우리 제조기업 진출 기회
AI·바이오서도 협력 가능성
변화속 새 성장판 찾을 때
  • 등록 2024-12-02 오전 5:00:00

    수정 2024-12-02 오전 5:00:00

[전춘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올해 가장 큰 글로벌 정치 이벤트 중 하나였던 미국 대선이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까지 공화당이 완승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와 함께 트럼프 후보의 화려한 백악관 귀환이 결정된 것이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특히 여러 지경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유례없는 초박빙 대결 구도가 예상되면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대선에서 정치라는 요소를 한 겹 덜어내고 보면 미국 내부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커다란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첨단 제조업 공급망 내재화, 전력 에너지 기반 확대, AI·바이오 등 미래 기술 육성을 위한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결국 우리가 그 흐름에 얼마나 잘 올라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도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이러한 기업들의 역량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귀환할 새로운 미국 시장에서도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리쇼어링과 자국산 우선 정책 등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 불씨를 다시 살리고, 핵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산업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치사슬이 필요한데, 미국은 상대적으로 중간재나 설비 분야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 우리의 제조업 강점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미국 수요 급증과 맞물려 전력 기자재와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기대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 설립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충분히 공급할 전력 생산 기반이 부족하고 기존 설비는 대부분 노후화된 상태다. 따라서 미국 내 전력 시설 확충과 설비 개선을 위한 송배전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상당한 만큼 우리 전력 기자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미국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AI와 바이오는 새로운 한·미 미래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단순히 이 두 산업의 공급망을 내재화하려 하기보다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여 글로벌 첨단산업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AI 전문 기업은 트럼프 정부의 AI 규제 완화와 투자 정책을 통해 양국 기업 간 협력과 미국 시장 진입의 문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바이오 진출기업 역시 대선 이후 개편될 미국의 바이오산업 생태계에서 우리 기업과 현지 기업의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의약품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기회들을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기술협력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2.0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검토해 왔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힘을 모을 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그 일환으로 오는 12월 4일 ‘세계시장진출전략설명회’를 개최하여 전 세계 84개국 129개 해외 무역관에서 수집한 현장 정보를 통해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미국 행정부 체제에서 대미 수출 호조를 지속하기 위해 첨단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바이오, 소비재 등 유망 산업에 대한 수출 지원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조선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우리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산업의 기술과 생산 능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트럼프 정권도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변화는 언제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언제나 그랬듯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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