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주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하고 국회 조세개혁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증세(增稅)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쏟아낸 복지공약의 재원조달방안으로 정치권이 결국 세금에 손을 대려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를 거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부가가치세율(현행 10%)을 12%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선 복지 재원이 모자란다고 당장 세율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복지를 확대하더라도 국민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원은 세율인상보다는 비과세·감면 등을 줄이고, 세출구조조정과 복지행정·재정개혁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의 이런 생각과 방향은 옳다고 본다.
새 정부는 우선 줄줄이 새는 막대한 세원을 찾아내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줄여 복지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복지정책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국민 개개인의 실제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률이 아직도 70%를 밑돌고,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고소득 사업자들의 카드 결제율은 14%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내면 값을 깎아주는 업소가 수두룩하다.
이렇다 보니 거둘 세금을 제대로 못 거둬 세정이 겉돌고, 복지 혜택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도덕적 해이를 키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무려 34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의 탈법·편법 거래가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내면 박 당선인이 밝힌 연간 복지 재원 27조원(5년간 135조원)의 상당액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쥐어짜고 줄여도 재원의 확보가 어렵다면 복지공약의 내용을 조정하고 이행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박 당선인 복지정책의 핵심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공약집에 적힌 대로 시행하다가는 재원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내용을 주도면밀하게 점검한 다음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대표적 공약인 기초노령연금 수혜대상에 재벌회장을 비롯해 일정 소득 이상자들을 배제하는 등 대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4대중증질환의 수 백가지 비급여 항목을 100% 급여화하는 게 무리라면 점차적으로 늘려나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