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상반기 증시를 이끌다시피한 2차전지 기업들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공개하자 수급이 주춤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 리포트를 발간하며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 전기차에 사용되는 2차전지.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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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 4일 3개월 만에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086520) 보고서를 냈다.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이 나오자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에코프로 적정 가치는 14조3000억원으로, 현재 시총 31조3000억원보다 낮다는 이유다.
김현수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리튬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 가공하는 기업”이라며 “리튬 가공기업 마진이 양극재의 2배가 넘는 현 상황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8월 중 MSCI 한국지수 편입 역시 기업가치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에코프로 기업가치 70% 이상을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는
에코프로비엠(247540) 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줄줄이 눈높이를 낮췄다. 4일 에코프로비엠 보고서를 낸 10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는 37만2600원으로 같은 날 종가 38만500원보다 낮았다.
투자의견 하향도 잇따랐다. 3개 증권사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주가 상승 폭이 과했으며,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부 변수 변동성 확대에 2분기 부진한 수익성을 보인데다 판매 단가 하락 기조도 고민”이라며 적정주가 36만원을 제시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펀더멘털은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을 고려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목표가를 상향하면서도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목표가를 33만원으로 상향하나 중립 의견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3분기 및 연간 실적 추정을 하향했으며, 하반기 메탈 가격과 전방 수요 변화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 초전도체 관련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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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될 만큼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주가가 2030년 양극재 캐파(설비투자) 100만톤까지 이미 반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캐파가 100만톤 이상으로 확대되는 단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주요 고객사들의 2차전지 사업 부진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차전지에 집중됐던 수급이 최근 초전도체 등 다른 테마주로 옮겨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달 22일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를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의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났다.
덕성(004830)의 거래대금은 21일 1억2800만원에서 지난 4일 4620억원으로 36만% 넘게 뛰었고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서남(294630)의 거래대금도 21일 4억원에서 3일 2674억원으로 급등했다. 에코프로 거래대금은 지난달 26일 4조136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4일 8410억원으로 약 80%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