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빈 ‘멀리아직작은다리큰달’(2022·사진=도로시살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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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곧 무너져 내릴 듯 불안해 보이는 나무다리의 형체만 잡힌다. 그 다리 밑으로 쌓고 가라앉힌 수많은 단상은 알아채기 쉽지가 않다는 뜻이다. 비단 눈으로 구별해낼 수 있는 형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일관된 흐름 이상의 것들이 녹아들어 정돈되지 않은 화면을 구성하고 있단 얘기다.
작가 최영빈(38)은 “어긋나 겹쳐진 상태”의 시공간을 그린다. 여러 공간 여러 시간에 걸쳐,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봤던 이미지를 한 화면에 옮겨놓는 작업이란다. 덕분에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재구성과는 거리가 멀다. 쪼개고 합치고, 포개고 얹어낸 것들이니까. 오로지 작가만의 기억과 느낌으로 살려낸, 없는 세상을 있는 듯 펼쳐내는데. 누구의 눈에도 똑같이 보였을 그 출발이 작가의 붓끝에서 전혀 다른 마감을 끌어내는 거다.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한 듯한 ‘멀리아직작은다리큰달’(2022)은 작가의 특별한 조형언어가 더 도드라진 작품. 여러 단어를 다닥다닥 붙여 만든 타이틀이, 마치 여러 컷의 필름을 오버랩한 듯 구상하고 그려내는 작업과 비슷하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물의 교차’(Same Water Crossing)에서 볼 수 있다. 같은 물에서 나온 물줄기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새로운 파도란 의미를 담았단다. 캔버스에 오일. 162×130㎝. 도로시살롱 제공.
| 최영빈 ‘물의 교차’(2022), 캔버스에 오일, 162×130㎝(사진=도로시살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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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빈 ‘자기 복제를 허용하며 원본이 됩니다’(2022), 캔버스에 오일, 130×162㎝(사진=도로시살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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