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009410)의 주식거래가 중단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자본잠식 상태를 알린 태영건설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 현금 확보 차원에서 태영건설이 보유 중인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선 SBS(034120) 지분 매각도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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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회계법인은 태영건설에 대해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항목 등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태영건설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상장사들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상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총 네 가지의 감사 의견 중 ’부적정‘ ’거절‘ 의견을 받거나 2년 연속으로 ’한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태영그룹이 보유 중인 지분 매각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태영건설은 유상증자를 위해 정관상 주식 총수를 기존 2억5760만주에서 60억주로 확대했다. -5626억원인 자본잠식을 면하기 위해선 최소 57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발행주식이 3800만주인데, 2억5000만주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채권단의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이 유력하다. 태영건설이 2310원에서 거래정지된 만큼 이 가격을 기준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주식전환 물량은 3억주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발행 주식 수 확대에 따라 윤석민 회장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해진다. 보유 지분 매각을 담보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선 가장 유력한 건 태영건설이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창업주 고(故) 김대영 의장의 아내인 손화자씨가 보유 지분 12.4%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태영건설은 2020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5.17%(87만5000주)를 확보했다. 당시 태영건설은 최대주주의 주식 매각 시 함께 지분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참여권(드래그얼롱)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워크아웃 초기부터 거론된 SBS도 잠재 후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BS는 전일 대비 7.94%(2200원) 오른 2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담보로 내놓은 556만6017주를 팔면 1664억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밖에 태영건설이 단순투자한 SK에코플랜트(33만주), SK디앤디(69만9000주), SK디스커버리(18만주), 한일시멘트(73만2000주) 등도 매각 가능성이 있다. 비상장기업인 SK에코플랜트의 장외 가격은 6만원선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은 195억원 수준이다. SK디앤디와 SK디스커버리, 한일시멘트 지분 매각으론 이날 종가 기준 각각 173억원, 80억원, 88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