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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위치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공중전화, 황급하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사라진 유괴범의 정체는 임신 8개월차 만삭의 임산부 전현주(당시 28세)였다.
전씨는 범행 당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영어학원 인근을 서성이다 박양에게 접근한 뒤 유인해 소품 제작실 등으로 사용하던 자신의 사당동 지하창고로 데려갔다.
그는 박양에게 사탕이라고 속여 수면제를 먹였으며, 잠에서 깬 박양이 울면서 집에 보내달라고 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전씨는 박양을 살해한 이후에도 박양 부모를 속여 돈을 뜯어내기 위해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대기하던 경찰이 발신지를 추적해 급습한 명동 한 커피숍에는 전씨를 포함한 여성 12명과 남성 1명 등 총 13명이 있었다.
이후 경찰이 커피숍에 있던 13명을 상대로 잠복수사에 나선 가운데 범인이 행적을 숨기고 사라지면서 사건은 9월 3일 공개수사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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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씨 부모는 이틀 전인 9월 9일 딸로부터 범행 사실을 전해들었다. 부친은 전씨에게 “네가 속죄하는 길은 자살 뿐”이라며 “우리도 곧 뒤따라 갈테니 두려워하지 말라”며 살충제까지 구매해 손에 쥐어줬다고 한다.
그해 2월 결혼식을 올려 임신 상태였던 전씨는 평소 사치와 낭비벽이 심해 결혼 후 생긴 3000만원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유괴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공범이 있다”라거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거짓 주장을 펼쳐 전씨의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경찰과 검찰이 합동 조사한 결과 단독 범행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진술조차 거짓을 반복하는 전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해 사형을 구형했고,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현재까지 복역 중에 있다.
전씨 뱃속에 있던 아기는 전씨가 검거된 지 한 달 후인 1997년 10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후 전씨 남편이 곧바로 데려갔고,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