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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은 2019년 조주빈과 문형욱 일당의 텔레그램 불법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성폭력처벌법 등 3개 법률 개정안(형법·성폭력처벌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가리킨다. n번방 방지법 개정안은 △불법 촬영 대상 확대(아동·청소년서 성인포함)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 강화(징역 5년→7년)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n번방 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미성년 피해자에게 접근했던 ‘엘(L) 성착취 사건’이다. 엘로 불리던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만든 성 착취물 1200여개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온라인 성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 착취물이 활발히 유통되는 플랫폼이 텔레그램과 같이 해외에 기반을 둔 메신저 플랫폼이라는 게 발생 증가와 추적의 한계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은 국내 경찰과 검찰의 수사력이 영향을 미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플랫폼은 사적 대화방이라도 검찰과 경찰의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반면, 텔레그램 등 서버를 해외에 둔 메신저는 대화 내용을 확보하려면 운영사의 협조가 절대적이나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크웹 등 온라인 공간에서 경찰의 눈을 피한 보안성 높은 공간에 범죄 영상이 유포되는 것이 문제”라며 “기술이 진화하니 범죄도 끊이지 않고 계속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해외에 서버를 둔 회사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수사당국에도 협조를 잘 안 한다”면서 “여러 국가의 수사기관들이 협력을 해서 함께 공조수사를 할 수 있는 방안들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피해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신고 체계를 갖춰야 한단 지적도 있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그래야 피해자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담을 받으러 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