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3일 09시 4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불과 석 달이 채 안 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13회 SRE에서 한 자문위원은 “트리플A가 아닌 은행은 (현대)오일뱅크밖에 없다”고 비꼬았다. 최근 신평사들이 지방은행, 카드사, 캐피탈까지 줄줄이 등급을 상향한 데 대한 시장의 평가다. 이번 SRE에서는 금융사 전반에 대한 등급 적정성 문제가 이슈였다.
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
작년말 기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34조 원, 30조 원 수준으로 국민은행 (254조 원)이나 신한은행(205조 원)의 11~16%에 그치고 있다. 현재 지방은행과 카드사 등급 논란의 핵심은 금융사로서 쉽게 간과되는 디폴트 리스크와 대주주 및 계열의 지원가능성 여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 줘야만 하는 규모는 얼마나 될지 추정한 결과 대구와 부산은행의 자산수준인 30조원 안팎이 도출돼 이들의 등급을 상향한 것”이라며 “이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역시 은행, 삼성그룹 등의 최대 주주가 여신사로서의 자금 조달의 문제점이나 유동성 이슈에 대해 커버가 가능하고, 유상증자도 백업해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시장에서는 그래도 `AA+`는 아니라는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SRE 자문위원은 “지방은행의 경우 실적만 보면 상대적으로 해외투자 손실이 많이 난 시중은행에 비해 기회가 좋았다”라며 “장점이 많이 부각되긴 했지만 지역적 한계에 따른 포트폴리오 제약, 개별 이벤트 발생시 높은 민감도에 따른 유동성 이슈 등이 불거질 수 있 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가 AA+등급을 받는다면, 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개념으로 봤을 때 적정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SIFI라면 은행만큼 혹은 은행과 비슷하게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 누리는 것에 비해 감독규제나 의무가 너무 적은 부분도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금융회사는 부도나기 어렵다` 는 생각 때문에 제조업 파트보다 신평사들이 훨씬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SRE 자문위원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자판쪽 영업이 안 되는 우리캐피탈이 1년이상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유동성 을 막고 가고 있다”며 “일반 제조업체였으면 벌써 부도가 나고도 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평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신평사에서 금융회사의 디폴트 리스크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현대캐피탈 등급 상향 이후 지방은행과 카드사, 캐피탈까지 이어지는 `끼워 맞추기식` 등급 상향에서 `과연 제대로 된 개별기업들의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해 짙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 지방은행 지금이 정점?
지난해 신한카드, 삼성카드(029780), 현대카드 3사의 관리금융자산대비 영업이익비율은 다소 악화되는 모습이다. 관리자산대비 영업익 비율은 신한의 경우 2009년 6.8%에서 5.4%로 1.4%포인트나 낮아졌다. 신한이 LG카드 합병 시 냈던 세금을 2000억 원 가까이 환급받으며 1조 1860억 원의 영업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실적악화가 눈에 띈다. 롯데카드는 4.3%에서 3.2%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계열사 처분이익이 6000억 원 이상 들어온 삼성카드는 7.3%에서 11.0%로 높아졌다. 현대카드는 4.2%에서 4.3% 로 소폭 개선됐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영업익은 3890억 원이었다.
카드사별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009년 20.6%에서 2010년 21.7%로 점유율을 1.1%포인트 높였다. 삼성카드는 10.7%에서 11%로 소폭 올랐고, 현대카드는 11.7%에서 12%로 상승했다. 카드 담당 신평사 연구원은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자산건전성도 안 좋아지는 방향”이라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건전성 부분도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떨어지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출서비스와 카드론을 늘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자산건전성이 낮기 때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전업카드 5개사(롯데·하나SK 포함)의 카드론 잔액은 2009년 말 6조 2500억 원에서 작년 1분기 7조 원, 2분기 7조 8850억 원, 3분기 8조 8540억 원에서 4분기 9조 8000억 원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09년말에 비해 1년새 56.8%나 급증한 것이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대비 결제서비스 비중은 2009년 2분기 24.6% 에서 2010년 2분기 26.4%, 3분기엔 26.9%까지 높아졌다.
한 SRE 자문위원은 “카드사들의 재무구조 등이 워낙 좋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떨어져도 절대수준에서 버퍼가 있을 것”이라며 “하향 기울기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건전성 수치, 수익성 등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 부산은행의 경우 순이자마진 (NIM) 등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지만, 건설사 등의 대손문제가 남아있다. 대손 관리가 될 경우 2010년보다 다소 좋아질 수 있겠지만,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카드사와 지방은행 모두 절대 등급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향후 개별업체들이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