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박동기 덕분에 이제 호흡곤란이 없어졌어요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 등록 2022-06-11 오전 12:04:11

    수정 2022-06-11 오전 12:04:11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이제 만으로 59세가 된 하모님은 특별히 기저 질환은 없었는데 1년전부터 걷기만 하면 호흡곤란이 심해져 타 병원을 방문해 협심증의 가능성이 있으니 혈관 조영술을 하자고 했고 혈관 조영술상 미세하게 협심증이 있으니 약물을 복용하자는 말을 듣고 약물을 복용했다. 6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함에도 호흡곤란이 전혀 호전되질 않아 2차 의견을 듣기 위해 본원을 방문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내원당시 심전도는 정상이었으나 맥이 매우 느리게 뛰고 있었으며 (보통 60~100 회 가량이 정상이나 이 환자의 경우 40회 정도로 느리게 뛰고 있었다) x-ray 상에서 심장이 다소 커보였다. 환자가 드시던 약 중에서 협심증 약 중 일부가 맥을 느리게 할 수 있어 약을 중단하고 심부전의 가능성이 있어 이뇨제를 포함한 약물을 조정한 이후 48시간 심전도를 체크하는 검사와 심장초음파, 갑상선 기능검사와 일반 피검사 오더를 냈다. 약을 조정한 이후 이틀 후 환자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자주 쓰러지고 어지러움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아주 소량을 사용했지만 심부전 약제의 일부도 환자의 맥을 느리게 하면서 어지러움을 발생 시킬 수 있으므로 우선 중단하고 심장 초음파를 보았을때 외래에서는 없던 심방세동 (심방의 잔떨림)이 함께 동반돼 있었으며 맥박은 40회 내외로 서맥이 동반돼 있었다. 다행히 좌심실의 기능은 정상적이었으며 느린맥이 환자의 호흡곤란을 유발한다고 판단되었고 외래에서는 없던 심방세동이 관찰돼 우선 중풍을 방지하기 위한 항응고제를 사용하면서 48시간 심전도 결과에 따라 박동기를 삽입하기로 환자와 상의했다.

48시간 심전도 검사상 환자는 심방세동과 정상 동성 리듬이 혼합돼 있었으며 심방세동시에 빠른맥과 느린맥이 반복되고 동성 리듬 (정상 리듬)으로 바뀌면서 8초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상태도 있었다. 그로 인해 환자는 어지러움을 일으켰던 것이며 빠른맥이 있을때는 두근거림 느린맥이 있을때는 어지러움과 호흡곤란등이 발생했고 때로는 동성 리듬일때는 증상이 심하게 없었던 것이다. 이에 환자와 날짜를 상의해 심장 박동기를 넣기로 하고 입원을 진행했다. 심장 박동기를 삽입한 후 첫날은 다소 통증이 있었지만 이튿날부터 호흡곤란과 어지러움은 크게 사라졌으며 3-4 일 지난후 환자는 퇴원했고 더 이상 호흡곤란이나 혹은 어지러움은 없다며 매우 기뻐했다.

환자는 동기능부전증후군 (sinus node dysfunction)이며 동결절증후군 (sick sinus node syndrome), 빈맥- 서맥 증후군 (tachycardia-bradycardia syndrome) 이 함께 있었고 이로 인한 심부전으로 호흡곤란을 유발한 환자이다. 말이 너무 어려울 수 있는데, 심장은 스스로 박동을 하게 하도록 스스로 전기 신호를 내보내고 그 신호를 전달하는 길이 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우심방의 상단에 위치한 동방 결절이라는 곳에서 주기적인 전기 신호를 만들게 되고 이 신호는 심장 안의 전기 전도도를 통해 마치 전선처럼 전기 신호를 전달하여 양쪽 심실을 수축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 오모하고 조물주가 어떻게 이렇게 심장을 만들었는지 감탄할 때가 많다. 이런 심장의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내는 동방 결절의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전기 신호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장이 박동을 하다가 하지 않으면서 어지럽고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 생기게 된다. 만일 심할 경우 오랜 시간동안 심장이 박동을 하지 않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가장 많은 원인은 노화이며 이외에도 약물의 부작용, 전해질의 불균형, 유전질환, 급성 심근경색 이후 합병증, 심장 판막질환, 심근병증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필자의 환자 중에서는 30-40대에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도 있다. 때로는 휴식시에는 증상이 없으나 운동시 기능 장애를 보여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임상 증상과 심전도로 의심을 하고 위의 환자처럼 외래에서는 10초만 촬영하는 심전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일반 심전도만으로는 진단이 불가능하여 24시간 혹은 48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필요시 전기 생리학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전기 생리학 검사란 대퇴정맥과 동맥을 통해 여러 개의 전기도자를 심장내에 다양한 부위에 위치시키고 이를 통해 부정맥 당시의 심장내 국소적인 전기 변화를 기록하고 자극을 주어 부정맥을 유발하는 검사이다. 요즘은 워치로 자가 측정할 수도 있고 과거에 비해 24시간 혹은 48시간 심전도가 작은 크기로 나와 이전에 검사하던 홀터에 비해 그 편의성이 좋아진 편이다.

동기능 기능부전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호흡곤란이나 어지러움, 무기력증과 같은 증상이 있고 동기능부전 증후군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심전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위의 환자처럼 영구적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하게 된다. 그러나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가역적인 원인이 있는지 잘 살펴 보아야 한다. 약물이나 갑상선 기능이상 혹은 교정해야 하는 판막질환등은 없는지 살피고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하게 되며 위의 환자처럼 빈맥-서맥이 동반되는 경우 서맥은 인공 심박동기로 치료하지만 빈맥의 경우 약물이나 전극도자 절제술을 사용하며 환자의 경우 심방세동이 있기 때문에 항응고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인공 심박동기의 경우 환자마다 다르지만 5년에서 10년정도 내외에서 배터리를 갈아야 하고 6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적으로 박동기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은 모두 가능하며 운동도 가능하나 다만 배터리가 자리잡은 곳은 전극선이 자리 잡은 이후에는 팔을 들어 올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므로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팔을 들어올리는 것을 하도록 권고를 하게 된다. 이전에는 MRI 등 자기장에 민감했으나 최근 기계는 MRI 도 가능하며 다만 MRI 촬영전에는 의료진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공항 검색대에는 박동기 신분 카드를 제시해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지 않도록 하며 그외에 엑스레이, CT, 초음파, 치과 치료 가정용 전기제품등은 대부분 안전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며 담당 주치의가 퇴원전에 박동기에 대해 잘 설명을 드리게 된다.

최근에는 피부 절개 없이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안에 삽입해 흉터가 남지 않고 시술후 환자의 화복 속도도 빠르고 전선 문제도 해결하는 무선 심박동기도 나왔으나 아직 모든 환자에게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점차 의료가 발전하여 환자들의 질병을 좀더 빨리 찾고 좀더 편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고 불편한 점들은 전문가와 상의하여 올바른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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