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먹먹하게 와글대는 '푸른' 덩어리…박소영 '이명'

2021년 작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눈에 띄게 빚어내
'코로나블루'로 경험한 이명·우울감까지
덩어리·껍질 소재 '푸른' 씌운 세상풍경
  • 등록 2022-03-07 오전 3:30:01

    수정 2022-03-07 오전 9:41:03

박소영 ‘이명’(사진=아트스페이스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것이 뭐다’라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말로 표현할 순 없는 익숙함이 있다. ‘낯익은’ 형상이 와닿는다는 얘기다. 어느 외계별 생명체가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머리라고 할까, 몸통이라고 할까. 아니라면 꿈이랄까, 희망이랄까. 그런데 저 형체에 달린 타이틀이 종잡을 수 없게 한다. ‘이명’(Buzzing·2021)이란다. 윙윙 와글거리는 귀울음.

작가 박소영(61·인하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은 덩어리·껍질을 소재 삼아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눈에 띄게 빚어 놓는다. 끈적일 듯 매끈하고, 흘러내릴 듯 맺혔으며, 단단한 듯 물렁이는, 저 푸른 덩어리도 말이다. ‘이명’인데는 이유가 있단다. ‘코로나블루’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작가가 경험한 이명·우울감을 작품으로 꺼내놓은 거라는데. 잴 수도 없는 무게감은 양쪽을 지탱한 두 손이 대신 전할 만큼 묵직하고 먹먹하다.

그렇다고 작가의 ‘푸른’이 비단 우울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비늘 같은 스팽글을 정교히 붙여 ‘반짝이는 푸른빛’을 내기도 하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 같은 푸른 꽃잎’으로 애잔하게 버티고 선 세상풍경을 은유하기도 한다. 그저 코로나블루로만 몰고 간다면 많이 섭섭할 푸른 풍경들이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아트스페이스3서 여는 개인전 ‘버징’(Buzzing·이명)에서 볼 수 있다. 브론즈·패브릭·알루미늄네트·혼합재료. 240×115×75㎝. 작가 소장. 아트스페이스3 제공.

박소영 ‘이명’(Buzzing·2021) 부분. 브론즈·패브릭·알루미늄네트·혼합재료, 240×115×75㎝(사진= 아트스페이스3)
박소영 ‘버티다’(Holding Up·2022), 레이스패브릭·알루미늄네트·스틸, 가변크기(사진=아트스페이스3)
박소영 ‘반짝이는 블루’(Twinkling Blue·2021), 폴리에스터·스팽글, 32×41×6㎝(사진=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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