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업가치 30조로 뉴욕행?…야놀자 대장정 '시작도 안했다'

야놀자, 비전펀드로부터 2조 투자유치
대규모 자금조달…美상장 굳혔다 평가
"투자자 수익 위해 30조 밸류는 나와야"
실적규모·시장 지배력 등 '체급'이 약점
클라우드 사업 향배·M&A 시너지 '관건'
  • 등록 2021-08-02 오전 2:00:00

    수정 2021-08-02 오전 8:04:18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흥미로워는 할 것이다. 그런데 흥미가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못 한다. ‘주도적’ 내지는 ‘혁신적인’ 사업자라고 하기에 실적 규모가 너무 작다. 상장 과정에서 회사가 내세우는 잠재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조원을 투자한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평가다. 9조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미 증시에 나설 경우 환대를 받을 수 있느냐를 두고는 물음표를 거두지 않고 있다. 뉴욕행 차기주자로 꼽히던 마켓컬리가 국내로 유턴한 가운데 야놀자의 뉴욕행 성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日비전펀드 2조 투자…잠재력 인정받은 야놀자

야놀자는 지난 15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비전펀드의 참여로 야놀자 추정 기업가치는 9조원에 육박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산술적으로 20% 웃도는 지분을 확보한 비전펀드는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야놀자 측은 현재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에 상장한다고 공식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미 증시 상장을 사실상 굳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전펀드 입장에서는 미 증시에 입성해야만 투자금액의 레버지리(지렛대)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보니 투자 논의 과정에서 ‘미 증시 입성’이라는 조항을 걸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선 쿠팡 사례처럼 비전펀드가 야놀자에 후속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동성이 떨어지거나 회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끌어올릴 시점에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야놀자 입장에서는 비전펀드의 등장이 여러모로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야놀자의 험난한 과정은 지금부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단기간에 급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구간 확보를 위해서는 상장 때 최소 3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약 27조~30조원 수준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IPO를 진행 중인 기업 가운데 해당 범위의 밸류에이션을 구축한 기업으로는 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이 꼽힌다. 업종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액 1조6704억원에 영업이익 77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 46%를 기록했다. 반면 야놀자는 같은 기간 매출액 2888억원에 영업이익 109억원(영업이익률 3.7%)에 불과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체급’ 미달 약점…실적 터닝포인트가 관건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올해 4분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앞둔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Grab)이 눈에 띈다. 그랩은 지난해 총 거래액이 약 14조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영업손실도 약 8900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기업가치가 약 18조원 수준인 그랩은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약 45조원에 상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더라도 실적 규모나 업황 내 지배력 등 이른바 ‘체급’이 너무 작다는 게 야놀자의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부분이 궁극적인 기업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나 그랩은 해당 업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했기 때문에 해당 밸류를 받을 수 있었다”며 “야놀자도 원하는 기업가치를 완성하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장 내 입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놀자가 꺼내 든 카드는 클라우드 사업이다. 숙박시설에 통합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호텔사업자 전문 클라우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판매에 성공하면 지속적인 수입이 유지되는 소프트웨어다 보니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놀자는 이를 위해 ‘테크올인’ 비전을 선포하고 중장기적으로 전체 임직원의 70% 이상을 R&D·IT 인력으로 꾸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일리 호텔과 우리 펜션 등 동종 숙박 서비스는 물론 객실관리시스템(PMS) 업체인 가람과 씨리얼, 인도 숙박 관리 플랫폼인 이지테크노시스(eZee Technosys) 등을 차례로 인수한 야놀자는 최근에는 인터파크 인수전에서도 잠재 후보로 꼽히는 상황이다.

결국 야놀자가 추진 중인 클라우드 사업이나 M&A가 향후 얼마나 큰 시너지를 빚어낼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야놀자는 투자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부분과 한계로 여겨지는 부분이 갈리는 포트폴리오”라며 “당장 상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M&A나 실적 반등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포인트를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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