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문 닫는 '학전 그린 소극장' 발자취

  • 등록 2013-03-05 오전 6:18:55

    수정 2013-03-05 오전 6:18:55

학전 그린 소극장(사진=학전 인터넷 홈페이지)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17년 만에 폐관하는 ‘학전 그린 소극장’은 대학로 공연의 산실이었다.

1996년 5월 대학로에 터를 잡은 학전 그린 소극장은 한국 최장기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의 고향이다. 학전 그린 소극장 개관작인 ‘지하철 1호선’은 2008년까지 같은 곳에서 3000회 넘게 공연, 65만명이 넘는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김윤석·설경구·황정민·김윤석 등 ‘지하철 1호선’을 거쳐 간 스타도 여럿 배출했다.

‘지하철 1호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노 대통령은 생전인 2002년 ‘지하철 1호선’을 관람했다.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로 유명한 김민기 학전 대표가 독일의 연극연출가 폴커 루드비히의 동명 작품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번안해 선보인 뮤지컬이다.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는 ‘지하철 1호선’ 외에도 ‘모스키토’ ‘의형제’ ‘빨래’ 등 우리 정서가 살아있는 한국적 뮤지컬이 꾸준히 공연됐다. 장진 감독의 연극 ‘허탕’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김 대표가 어린이·청소년극 전용 공연장에 대한 꿈을 담고 마련한 공간인 만큼 ‘빠삐에 친구: 잃어버린 글씨’ 등 어린이·청소년극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학전 그린 소극장은 때론 안치환·들국화 등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터전이 되기도 했다.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는 3일 ‘빨래’ 공연까지 5000여 회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78만여 명의 관객이 함께 호흡했다.

학전 측은 “이런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학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출근하듯 드나들던 관객에게도 아쉬운 일”이라며 “대관 때부터 품었던 어린이, 청소년 극 전용 공연장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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