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바이오벤처 ‘희귀의약품 지정’...‘옥석가리기’ 주안점은?

선 ‘美-EU’ 후 ‘한국’ 순으로 희귀의약품 지정 절차 밟아
초기 비임상 데이터로 지정가능..."개발성공과 거리있어"'
국내 후보물질 대상 FDA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는 총 65건
"관련 기업 투자 시 빅파마와 연관성부터 필히 챙겨야"
  • 등록 2022-08-18 오전 8:00:22

    수정 2022-08-19 오후 2:46:32

이 기사는 2022년8월17일 8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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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의약 당국으로부터 개발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받는 바이오벤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희귀의약품 지정 후 신약개발을 완수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해당 지위 획득이 기업 주가에 큰 호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제공=American gene technologies)


‘美-EU’→‘한국’ 순으로 희귀의약품 지정 절차 밟는다

개발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과 관련해 글로벌하게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은 단연 FDA와 EMA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이들 정부 기관 중 한곳에서 희귀의약품 지위를 획득한 다음, 국내에서 같은 절차를 밟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영미 식약처 신속심사과 연구관은 “바이오 기업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해외 주요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것을 우선으로 한다”며 “평가하는 기준이 비교적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 지정되면 국내에서도 무리없이 통과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의 요건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 희귀질환용 의약품 △적절한 치료 방법과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 △기존 대체 치료제 대비 안전성 또는 유효성 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의약품 등이다.

미국과 EU 등은 첫번째 지정요건을 각각 20만 명과 18만5000명이하고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과 큰 차이는 없다. 인구 비율로 환산해보면 해당 지역에서 희귀질환을 1만 명당 5~6.4명 내외로 한국은 약 4.2명 이하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정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희귀질환 관련 신약개발 업계 한 대표는 “미국은 신약의 최종 심사 단계가 주요 의약당국 중 가장 까다롭다. 하지만 희귀의약품 지정은 약리 기전이나 비임상 관련 자료만으로도 가능해 비교적 폭넓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국내외 희귀의약품 시장 및 연구개발 현황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과 유럽의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는 각각 2423건, 1370건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또다른 주요 의약 시장인 일본(187건)의 지정 건수를 크게 압도하는 수치다. 일본은 희귀질환 유병율을 1만 명당 약 3.9명 이하로 정하고 있다.

앞선 대표는 “희귀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면서 초기 비임상 또는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이나 유효성 중 하나만 크게 개선해도 일단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요건을 충족한다”며 “하지만 신약개발 최종 심사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 이런 간극을 포함해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성공을 이뤄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지난 6월 발간한 ‘희귀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의 물질 중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받은 후보물질은 63건이었다.

(제공=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희귀의약품 가치?...“빅파마, 기술수출 및 파트너십 여부 확인해야”

최근에도 국내 바이오벤처가 희귀의약품 지정 소식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해당 소식에 주가는 크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5일(현지시간) FDA는 일동홀딩스의 신약개발 자회사 이이디언스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베나다파립은 체내 중합효소 중 하나인 ‘파프’(PARP) 억제제로 위암, 유방암 고형암을 타깃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후 주식장이 열린 8일 오전 일동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6%(1700원) 오르면서 해당 소식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13일에는 네오이뮨텍(950220)이 개발 중인 T세포 증폭제 후보물질 ‘NT-I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 역시 FDA으로부터 뇌암의 일종인 교모세포종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날 회사 주가는 약 20%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NT-I7은 과거 진행성 다발초점성 백질뇌병증(2020년 FDA)과 특발성 CD4 림프구감소증(2017년 EMA, 2019년 FDA) 등 3건에 적응증에 대해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NT-I7이 희귀의약품의 지위를 인정받은 적응중 중 교모세포종의 시장 규모와 사업성이 비교적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며 “재발성 교모세포종 대상 NT-I7과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병용하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바이오 신약개발 업계 대표는 “빅파마에 기술수출 또는 병용임상 파트너십 등의 계약을 맺은 경험이 있는 바이오벤처의 신물질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을 때 시장의 반응이 더 큰 것 같다”며 “빅파마의 검증시스템으로 평가된 약물이기에 향후 개발이 진척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다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빅파마와의 연관성이 가장 확실한 평가지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희귀의약품 및 심속심사 동시 지정 심사 간소화 계획 발표

한편 식약처가 지난 11일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를 동시 신청하는 사례에 대한 심사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바이오 기업의 희귀질환 대상 신약개발을 최대한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식약처 의약품정책과가 희귀의약품 지정 업무를, 식품안전평가원 신속심사과가 신속심사 대상 지정 업무를 담당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에는 약 20일, 심속심사 대상 지정에는 약 30일이 소요됐다. 두 가지를 모두 신청하려는 기업은 각 담당 부처에 자료를 따로 제출해 평가를 받아야 했다.

송 연구관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후보물질 중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비중이 통계적으로 높게 나왔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 그런 사례가 많다”며 “일부 기업이 자사 물질에 대해 국내에서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를 동시에 지정받길 원할 때 관련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해 담당부서를 심속심사과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지위를 모두 검토하는 데 약 30일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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