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지난 6월 이후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다소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금년 하반기중 수급양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물가동향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로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 총재는 또 기업 자금사정의 양극화와 관련, “기업의 정확한 신용도에 따라 정상적인 차별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만한 수준으로 구조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여 시장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전 총재는 이날 인터넷 경제통신 edaily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총재는 특히 “새 경제팀의 출범과 함께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그동안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던 금융시장 불안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러한 사태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금리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총재는 “외환보유액은 8월15일 현재 904.2억달러에 달해 1997년말의 88.7억달러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국가신인도가 아직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데다, 단기외채가 증가추세에 있고 외환시장 기능 및 금융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을 좀더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전 총재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의 상환이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일시유출 등 단기적 대외지급을 충당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외환보유고의 운용과 관련, 전 총재는 “유
동성과 안전성 확보가 우선되는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분리하여 투자·운용코자 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보다 바람직한 방법은 순수민간자금으로 조성된 해외투자펀드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재경부가 구상했던 해외투자공사 설립과는 배치되는 주장으로 주목된다.
이와 함께 전 총재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당국간에 원활한 정보교환 및 업무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제도적 개선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감독 기능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분리되면서 통화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경영상황, 그리고 미시적 시장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통화정책과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연결시키는 제도적 고리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제도적 개선의 이유를 소개했다.
전 총재는 또 한은에 대한 재경부의 경비성예산 승인권과 관련, “한국은행의 예산에 대해서 국회 국정감사 및 감사원 감사 등 외부통제장치가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만큼 중앙은행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