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 살해 후 '살아있는 척' 조작…시체 발견될까 ‘석모도’ 검색까지[그해 오늘]

자택서 친누나 살해 뒤 농수로 유기
누나 휴대폰 유심 이용해 살아있는 척 조작
시신 발견되자 언론사에 "기사 내려라" 항의
  • 등록 2024-05-02 오전 12:00:10

    수정 2024-05-02 오전 12:00:1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XX, 나한테 신경 그만 써. 누나가 무슨 부모야. 부모님 행세하지 마”

본인의 행실을 지적하는 누나를 무참히 살해한 뒤 인천 강화도 농수로에 시체를 유기한 동생이 3년 전 오늘 구속됐다.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지난 2021년 5월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0년 12월 19일 새벽 인천 남동구의 아파트에서 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살 터울의 누나와 함께 사는 A(20대·남)씨는 누나가 A씨의 늦은 귀가와 카드 연체, 과소비, 도벽 등의 행실 문제를 지적하자 “XX, 나한테 신경 그만 써. 누나가 무슨 부모야. 부모님 행세하지 마”라고 소리쳤다.

이에 누나 B(30대·여)씨가 “망나니네 부모님에게 네 행실을 말하겠다”고 말하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있던 누나의 옆구리를 흉기로 찌른 뒤 쓰러진 누나의 가슴 부위 등을 3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누나의 시신을 캐리어 가방에 넣어 열흘 가량 아파트 옥상에 방치하다가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이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던져 유기했다.

남매의 어머니가 한 달 이상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여겨 2월 14일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으나, A씨가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누나와 주고받은 것처럼 꾸민 메시지로 부모님과 지인 등을 속여 가출 신고를 취하하도록 만들었다.

A씨는 누나의 계정에 ‘어디냐’라거나 ‘걱정된다. 들어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누나의 계정에 접속해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누나를 살해하고 누나의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를 반복하거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지난 2021년 4월 21일 흉기로 살해된 30대 여성이 발견된 강화도 농수로(사진=연합뉴스)
범행 4개월 뒤인 2021년 4월 21일 경찰에 인천 강화도의 한 농수로에서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경찰은 용의자 검거를 위해 수사전담반을 구성했다.

A씨는 누나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후 자신을 유가족이라고 밝히며 언론사에 “기사 내용 중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다”면서 “말 한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이런 기사가 보도된다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하며 항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당시 가족들과 함께 B씨의 장례식에도 참여했으며 B씨의 발인 날 직접 영정사진을 들고 시신 운구에 앞장서며 경찰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은폐했다.

그러나 경찰이 피해자 B씨의 휴대전화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인터넷 포털에서 강화도 관련 사건 기사 등을 자주 검색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여러 정황등을 토대로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해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9일 만에 경북 안동 일대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회사를 마치고 새벽 1~2시쯤 집에 들어갔는데 누나가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를 했다”며 “승강이를 벌이다 화가 나 부엌에 있던 흉기로 누나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과연 A씨가 피해자 B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를 질책하고 다독이려는 피해자를 살해해 사체를 유기한 것은 가족의 애정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파괴한 것“이라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양측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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