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0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
민주통합당은 한마디로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다. 아직 총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무엇을 할지 정리도 안된 듯하다. 문성근 대표대행 발언을 보면 그렇다. 그는 지난 17일 “(민주당이 총선에서)오만했다는 것은 수구언론이 갖다 씌운 용어”라며 “그것을 우리 진영에서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이 정도 (여야가)균형이 맞은 건 2004년 탄핵 후폭풍후 처음이다. 민주진영이 가장 약진했다.”고 말했다.
전일 문 대표가 “이번 총선을 치르며 민주당은 국민들께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국민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가다듬어 수권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의 발언이 하루만에 엇갈리는 것은 총선 결과에 대해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섞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의 의석수는 80석에서 127석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166석에서 152석으로 줄었으니 전보다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의석수로 보면 새누리당은 승리했고 민주당은 패배했다. 새누리당은 100석도 못될 상황을 극복하고 과반에 달했으니 더 승리감을 느끼는 것이고 야당은 이명박 정부 실정에 편승, 압승할 상황이었는데도 여당보다 수십석이 뒤지니 패배감을 갖는게 당연하다.
총선을 본 일반 국민들의 심정도 비슷하다. 민주당의 큰 문제는 문 대표처럼 철저하게 패배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그래서 자성도 없고 이렇다할 전략도 내놓지 못한다.
특히 나꼼수와의 거리를 두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의 약점이다. 나꼼수가 현 정부에 반대한 젊은 층을 집결시킨 면도 있지만 막말 논란을 일으킨 나꼼수의 김용민 후보 처리를 제대로 못해 보수세력을 새누리당으로 돌리게 했다. 나꼼수의 막말을 보고도 못본 척한 민주당은 당 전체를 나꼼수와 동일시되게 만든 실수를 했다. 나꼼수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민주당 중심세력인 노빠(노무현 지지세력)에게 오버랩되면 앞으로도 표가 더 떨어져 나갈 것이다.
문대표는 총선에서 야권이 약진했으니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야권 일각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들어 총선. 대선이 잇따라 치러질 경우 각각의 승자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모양이다. 1996년 총선에서 김대중의 국민회의는 완패했지만 다음해 대선때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2년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씨가 3당을 통합(민주자유당)했을 때 압승 예상에도 불구하고 299석중 149석에 머물렀다. 대신 그해말 민자당의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됐다.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민주당의 지리멸렬을 보노라면 과연 연말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의문도 든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나꼼수 김어준씨의 ‘닥치고 정치’의 한 대목은 흥미롭다. “민주당이 이명박을 못이겼는데 박근혜를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민주당을 보면 마음을 다 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그걸 몰라. 멍청하게도”. 문 대표의 말을 들으면 민주당은 아직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나꼼수의 의견이라도 제대로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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