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13th SRE]신용등급 신뢰도 역대 최저

제3호 마켓in 매거진 커버스토리
  • 등록 2011-05-03 오전 8:20:15

    수정 2011-05-03 오전 8:20:15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2일 13시 1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신용평가사는 스스로 존재감을 상실했다. 매번 등급을 올리기만 하니 이제 말하기도 싫다. 거의 막가자는 분위기다." -SRE 자문위원

신용평가사의 등급 평정에 대한 불신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이데일리가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신뢰도 수치가 나왔다. 최근 6개월간 발생한 크레딧 이슈에 대해 한국기업평가와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시장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기는 커녕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현대건설 우선인수협상자 선정과정에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음에도 신평사들은 어떠한 코멘트조차 내지 못했다. 올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을 비롯해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 건설업계의 불안한 움직임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이후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풍부한 크레딧 이슈 속에서도 제대로 짚어주는 신용평가사가 없어 시장의 실망감은 커져 갔고, 결국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역대 최저 점수를 받은 후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신뢰도 평가는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든 셈이다. 신용평가사의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신뢰도 점수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SRE 사상 최저 신뢰도

제13회 SRE에서 신용평가사의 등급 신뢰도 점수는 5점 만점 기준 3점으로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2005년 4월 제1회 SRE에서 3.23점으로 시작한 등급 신뢰도는 제3회에서 3.62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제11회 SRE에서 3.05점으로 역대 최저 점수를 경신했다가 12회에서는 3.14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전체 응답자 120명 중 등급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8명(32%)으로 지난 조사 46명(39%)에 비해 감소한 반면, 등급 신뢰도를 낮게 평가한 응답자는 지난 회 26명(22%)에서 34명(28%)으로 늘었다. 등급 신뢰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고 한 응답자 수는 48명(40%)으로 지난 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크레딧 업무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응답자의 반응은 더욱 싸늘했다. 조사에 참여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56명의 등급 신뢰도 점수는 2.66점으로 지난회 2.88점보다도 더 낮아졌고, 회사채 업무비중이 높은 응답자 62명의 평가점수도 지난 회 2.97점보다 낮은 2.79점을 기록했다. 크레딧 시장을 알만한 사람들이 신용평가사에 대해 더 많이 실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등급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신용이슈에 대한 충실한 설명`, `신용등급 결정논리의 일관성` 항목이 각각 75명(63%)씩 복수 응답했고, `신속한 신용등급 변경`을 꼽은 응답자는 50명(42%)이었다. 신용등급 적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는 지난 회에 이어 `발행사의 영향력(114명·95%)`을 압도적으로 높게 꼽았고, `주주 및 경영진의 이해관계` 항목도 37명(31%)이 응답했다.

신평사 존재감 상실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의 소극적인 대응 자세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등급상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업종이나 개별 기업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분석해주지 못했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크레딧 이슈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현대건설 M&A 이슈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나 국내 증권사들도 꾸준히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데, 국내 신용평가사는 단 한번도 코멘트가 없었다"며 "대한해운 부도와 건설업 이슈에 대해서도 경고신호(Warning Signal)를 전혀 주지 못했고, 사태를 수습하는 정도의 보고서만 나왔다"고 꼬집었다. 다른 자문위원은 "자본시장에서 신평사의 존재이유는 산업이나 기업 고유 위험에 대해 신호를 주는 것인데, 그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이슈에 대한 대응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평사의 전략 부재를 확인해주는 요소였고, 설문에서 신뢰도 점수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발행사의 영향력과 주주 및 경영진의 이해관계 등 신용등급 적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자문위원은 "신평사 외부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평가와 영업 업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많고, 신평사 주주가 시장점유율에 드라이브를 많이 거는 상황도 설문 결과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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