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범행 후 "수갑 아프다" 투덜대던 살인마 '김다운'[그해 오늘]

미국서 7년간 유학…귀국 직후부터 강도살인 범행 물색 후 계획
피해자들 살인·사체유기 후에도 가족 유인해 추가 범행 시도해
법원마저 "엽기적 범행 후 일말 죄책감도 찾아볼수 없다" 질타
  • 등록 2023-03-18 오전 12:01:00

    수정 2023-03-18 오전 12:01: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9년 3월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이날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가 이틀 전인 3월 16일 살해된 채 발견됐고, 유력한 용의자를 17일 오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해외 유학파 출신인 김다운(당시 35세)이었다.

안양 부부 살인사건 주범 김다운.
김다운은 2010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미국에서 식당 요리사로 일했고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적도 있다. 미국에서 결혼까지 해 자녀를 두기도 했다. 이혼 후인 2017년 한국으로 귀국했으나 이후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태로 지냈다.

안정적 수입이 없던 김다운은 귀국 후 온라인에서 이희진의 정보를 접한 후 이희진 부모를 범행 타깃으로 설정했다. 이희진이 투자 사기 등을 통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벌었다는 게시글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수감 중이던 이희진에게 숨겨진 재산이 있을 것이란 온라인 게시글을 믿고 범행을 계획한 것이다.

범행 10개월 전부터 위치추적장치·몰카 설치

김다운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희진 부모의 집주소와 차량 번호 등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강도살인 범행에 착수했다. 우선적으로 2018년 4월 이희진 부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후, 집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동선을 파악했다.

그리고 2019년 2월 본격적인 범행을 위해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개인 경호원 모집’ 구인광고를 올린 후, 면접을 통해 중국 국적의 조선족 3명을 고용했다. 이후 범행에 사용할 가짜 경찰신분증, 가짜 구속영장청구서와 함께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다.

김다운 일당은 2월 25일 피해자들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주거지로 들어가려는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가짜 경찰 신분증을 제시한 후 긴급체포하겠다며 준비해 둔 수갑을 채웠다. 하지만 가짜 경찰이라는 것을 눈치챈 피해자들이 강하게 저항하자 흉기와 둔기 등으로 이들을 제압한 후 결박했다.

김다운은 피해자들을 제압한 후 집안에서 금품을 뒤져 현금 5억원과 귀중품, 신용카드 등을 챙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다운은 결박한 피해자들에게 몇 시간 동안 추가적인 정보를 추궁하다가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훼손한 후 이씨의 부친 시신만 냉장고에 넣고 이삿짐센터 이용해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로 옮겼다. 중국인 공범들은 범행 당일 중국행 비행기를 끊고 당일 밤 중국으로 달아났다.

김다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희진씨의 동생에게 숨겨진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납치를 계획하기도 했다. 그는 3월 11일 숨진 피해자 부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신분을 속여 문자를 보낸 후, 심부름센터 직원들과 함께 이씨 동생을 유인해 납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직접 김다운을 만났던 이씨 동생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집을 찾았다가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3월 16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즉각 피해자들 수색을 시작해 당일 저녁 피해자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씨 동생에게 접근했던 김다운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서 하루 뒤인 3월 17일 오후 3시께 검거했다.

신상정보 공개에 “헌법소원 내겠다” 엄포도

김다운은 체포 후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범행을 일부 계획한 것은 맞지만 실제 살인은 내가 아닌 중국인 공범 3명이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희진 부친에게 2000만원을 빌려줘 이를 받으려 했다”는 거짓말도 덧붙였다.

경찰은 김다운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리고 김다운은 3월 26일 검찰에 송치되며 취재진 앞에 후드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공개됐지만 그는 고개를 최대한 숙이며 극도로 얼굴 노출을 막았다. 그는 이후 항소심 공판에서 자신의 신상공개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다운의 이 같은 태도는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강도범행을 한 것은 맞지만 살인과 사체손괴는 제가 아닌 중국인 공범들이 독단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수갑을 착용하지 않고 재판을 받게 해 달라는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관련 재판은 무효라는 주장도 폈다.

검찰은 김다운에게 강도살인, 사체손괴·유기, 공무원자격사칭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결심 공판에서 “오로지 돈을 위해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한 것은 물론 이를 엽기적으로 은폐했다. 그런데도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며 김다운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1심은 “끔찍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김다운은 모든 책임을 공범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성이나 죄책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정당화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다운은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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