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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각한 이웃이 119에 신고했고, 문을 개방하자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까맣게 부패한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김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에는 나란히 누워 있던 또 한 구의 시신이 있었다. 김씨와 함께 있던 사람은 22세 박 모 씨, 김씨의 딸이었다. 모녀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본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사 온 지 6년이나 됐지만 이웃도 낯선 딸의 존재, 그리고 사망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아무도 몰랐던 모녀의 죽음은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게다가 시신 발견 당시 현관문과 방문이 노끈으로 묶여 있어 외부에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과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시신 발견 현장의 정황상 모녀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숨지게 하고 자살을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부검 결과는 사건을 더욱 미궁에 빠지게 했다. 두 시신 모두에서 어떤 외상이나 독극물 반응도 나오지 않았기에 끝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
과학적으로 자살도 타살도 증명할 수 없는 밀실에서의 돌연사, 모녀는 왜 이런 비극을 맞이하게 된 걸까.
유령처럼 그 존재를 이웃 사람들도 잘 몰랐던 모녀. 그런데 수소문 끝에 만난 박씨 친구들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씨는 평소 매우 활달했고, 외국어 성적이 좋았을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으며 그림 그리는 것 또한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사람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요양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밝은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하던 그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취재 결과 박씨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다 고교졸업 후 성인이 되고 나서, 지난 2년간 엄마와 함께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아무도 발길을 들이지 않는 낡은 단칸방. 벽지처럼 도배돼 있는 박씨의 그림들만이 모녀가 이곳에 살았다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지사가 최씨를 따라 집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서 벌레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불에 싸여 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렇게 최씨 어머니는 사망한 지 반년 만에 발견됐다.
최씨 설명에 따르면 어머니 장씨는 어느 날 팔이 아프다며 돌연 쓰러진 이후 숨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성인이지만 발달장애가 있었던 최씨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숨을 멈춘 어머니의 곁을 그저 지키는 것뿐. 시간이 지나자 장씨 주변으로 파리가 날아다니고, 구더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더 아플까 싶어 최씨는 이불을 가져와 어머니 위에 덮은 후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꽁꽁 싸맸다. 그렇게 서울의 좁은 단칸방 안에서 최씨와 이불 속 어머니는 얼마간을 함께 지냈다고 한다.
박씨 모녀와 최씨 모자는 왜 단칸방 안의 싸늘한 유령이 돼 세상에 알려져야 했을까. 빈부격차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답게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지 함께 고민해 볼 ‘그것이 알고싶다’는 30일 오후 11시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