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E][Survey]③조선불패 `To the GrandBleu`

  • 등록 2010-11-01 오전 8:00:30

    수정 2010-11-04 오후 2:17:22

마켓 인 | 이 기사는 10월 29일 09시 4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009년 1월 구조조정 대상기업 16개 명단이 발표됐다. 주요 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 첫 퇴출대상 기업을 걸러냈다. 건설사와 조선사가 대상이었다. 그만큼 조선업종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이다.

그랬던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대형 조선사들이 금융위기를 잘 버텨낸 덕분에, 조선업종의 신용 리스크 얘기는 쏙 들어갔다.

12회 SRE에서 최근 신용위험이 가장 크게 상승한 업종 2개를 택하는 문항에 7명만이 조선업을 꼽았다. 이는 지난 4월 실시한 11회 SRE에서 30명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비율로 따져보면 더 드라마틱하다. 11회에 30.6%의 표를 받았지만 12회에는 5.9%로 뚝 떨어졌다.

조선업과 같이 구조조정 대상 1순위였던 건설부동산업종이 84%로 지난회 84.7%와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에 비해 조선업종에 대한 인식은 180도 바뀌었다.

발주 늘고 돈도 돈다

조선업종은 2003년부터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같은 조선 전성시대는 2008년 막을 내렸고 곧 구조조정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작년 채권은행은 두차례에 걸쳐 7개 조선사를 워크아웃이나 퇴출 등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어 올해 6월에도 3개 조선사를 추가로 걸러냈다.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해갔던 일부 조선사들이 결국 수주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작년 A등급을 받은 SLS조선이나 B등급이었던 21세기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조선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작년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120척, 330만7584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보다 각각 81.9%,77.7% 급감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업황개선의 조짐이 보이더니 올들어 완연해지는 추세다.

조선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들어 1월부터 9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454만CGT로 전년비 170.7%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354% 증가한 896만CGT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187억달러로 174% 늘었다.

선박 발주의 포문은 벌크선이 열었다. 예상보다 해상운임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자 발주가 몰렸다. 벌크선에 이어 탱커선, 그리고 최근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컨테이너선 발주도 시작되고 있다.

약 2년간 거의 없었던 컨테이너선 발주가 올해 7월 대만의 에버그린을시작으로 싱가포르의 NOL 등 글로벌 대형 선사에서 줄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선박금융 시장에도 햇볕이 들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3분기중 대출건수는 36건, 160억달러로 전분기 50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2년만에 최고치다.

정성훈 한국신용정보평가 수석연구원은 "선사들이 선박대금의 80%를 금융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선박금융은 건조계약의 핵심"이라며 "작년보다 선박금융이 좋아지면서 조선업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4인방 위기서 체력 과시

특이한 점은 조선업과 산업연관도가높은 해운업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운업도 건설과 조선에 이어 구조조정을 위한 옥석가리기를 진행됐던 업종이다.

이번SRE에서 신용위험도가 높아진 업종으로 20명이 해운업을 꼽아 지난회 23명에 비해 3명이 줄어드는데 그쳤다. 비율로 보면 23.5%에서 16.8%로 감소했다.

순서상으로는 해운이 먼저 좋아지면 조선이 뒤따라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맞다. 경기가 회복되고 무역이 늘어나면서 물동량이 증가해야 해운사들이 선박을 발주하고 조선사들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SRE에서 신용위험이 높아진 산업으로 해운업이 표를 더 많이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조선업체 가운데 튼튼한 대형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4개 대형사들의 위기극복 능력은 더욱 빛났다.

물론 아직 중소 조선사들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고 퇴출 가능성이 있는 업체도 상당하다. 하지만 대형사들은 위기를 버텨냈고, 업황호조를 타고 올해 목표수주량을 이미 뛰어넘었거나 거의 달성한 상태다.

한 크레딧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상대하는 조선업체가 대부분 대형사"라며 "워낙 체력이 튼튼한 기업들로 위기를 겪으면서 더 부각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크레딧 시장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자 작년 상반기 해운사들이 조선사에 돈을 지급하지 못했고 조선사들은 제작금융으로 간신히 버텼다"며 "그러나 점차해운업황이 좋아지면서 조선사들이 선박금융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08년 전성기 다시 누릴까

물론 턴어라운드 기대만큼 위협요인도 있다. 일단 중국이 무섭게 커나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작년에 중국에 전세계 수주량 1위를 내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 선박수주량은 896만CGT, 건조량은 1200만CGT, 수주잔량은 4616만CGT를 기록했다. 모두 중국한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시장점유율은 중국 46%,우리나라 38%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국의 수주는 주로 벌크선에 집중돼 있다. 벌크는 탱커와 컨테이너선에 비해 건조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중국 조선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 온 것.

반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의 대형 컨테이너선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아직 중국 조선업체들은 넘보지 못하고 있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조선업체는 엔화 가치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중인 8000TEU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가운데 `Made inKorea`가 무려 79%에 달한다. 갈수록 선박이 대형화되는데다 하반기 컨테이너선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국내 조선업체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배가 점점 커지고 연비효율을 따지기 시작하다 보니까 중국 선박은 아직 이를 못 따라온다"며 "우리나라는 선박 엔진 부분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의 블루오션인 해양플랜트시장도 커지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해양플랜트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정도라 경쟁도 약하고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12회 SRE 전체 설문 및 결과는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및 홈페이지에서 11월 8일부터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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