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위탁생산 사업에 나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품질 이슈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업 재개가 불투명하지만, 사업 자체가 기업 명운을 쥐고 있어 쉽사리 사업 중단을 할 수도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위탁생산을 통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는 2020년 8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품질관리 미흡 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승인받지 못해 반쪽짜리 백신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국내 몇몇 바이오 기업들은 스푸트니크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당한 매출 확보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한국코러스는 종근당바이오(063160), 보령바이오파마, 큐라티스, 이수앱지스(086890), 바이넥스(053030), 제테마(216080)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휴온스글로벌(084110)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휴메딕스(200670), 보란파마 등과 컨소시엄 꾸려 사업에 참여했다. 이 중 사업 포기를 선언한 기업은 휴온스글로벌, 종근당바이오, 바이넥스, 휴메딕스 등이며 이수앱지스, 제테마 등도 컨소시엄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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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위탁생산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탁생산 업계 한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사업은 힘들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가장 선호도가 높은 mRNA 백신 마저 과잉 공급으로 개도국에 무상 지원이 되는 점들을 고려하면 스푸트니크가 공급되긴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스푸트니크 위탁생산 사업으로 연간 1조원 규모 신규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위탁사업을 위한 투자금액도 상당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은 백신 위탁 사업을 위해 약 1600억원을 들여 충북 오송 바이오폴리스지구에 백신센터를 건설했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해당 생산시설은 지상 6층, 연면적 1만342.88㎡, 총 생산규모 10만4000ℓ 규모를 자랑한다. 백신센터에서는 스푸트니크V 1차 접종용(아데노바이러스 26형) 백신을 연간 약 26억회분 생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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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한국코러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은 스푸트니크 위탁생산 사업의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사업이 변수에 지연되고 있지만 우리가 할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장 사업을 중단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도 “현재까지 변동사항은 없다. 전쟁 및 엔데믹 등의 사정으로 사업에 약간의 속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고객사로부터 중차대한 사업 지연이나 중지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사업 지속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스푸트니크 위탁생산에 참여한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몰려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코러스는 내부적으로 사업 중단에 대해 논의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탁생산 참여 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업 중단과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고심 끝에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스푸트니크 사업이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위탁생산을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까지 단행한 만큼 사업 중단을 선언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지난 3월 호주 백신개발 기업과 코로나 백신 공급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스푸트니크 사업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