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암을 부른다 [조성진 박사의 엉뚱한 뇌 이야기]

  • 등록 2022-03-12 오전 12:02:00

    수정 2022-03-12 오전 12:02:00

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류가 수렵 채집의 시대에서 농경사회로 정착하면서 우연히 침투한 효모의 도움으로 술이 등장하였다. 술은 단순한 발효 음료가 아닌 인류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로 있다. 예를 들면 피라미드나 잉카 궁전 등 위대한 인류 문화 유적을 건설할 때 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양의 술을 제공한 덕에 힘든 공사가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의 교류가 발생한 것도 다른 문화의 술은 맛보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최초로 술을 빚게 된 동물은 사람이 아닌 곰이나 원숭이라고 한다. 곰들이 자연 상태의 벌집을 파헤치고 남은 꿀에 빗물이 섞이면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꿀술이 만들어졌거나 원숭이가 과일을 감추어두고난 후 시간이 지나 자연적으로 발효되어 과실주가 되어 이를 구석기 시대의 수렵인이 마셨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술은 발효 기술이라는 인류 최초의 과학적 산물이자 만국 공통의 마약으로 불린다. 우리는 괴로워서, 즐거워서, 심심해서 혹은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잔을 든다.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배라고 하니 음주가무를 즐기면서 이만큼 좋아하는 나라도 없는 듯 하다.

우리는 흔히 술을 많이 마시면 뇌 세포가 죽는다고 생각하며 결국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음주로 인해 뇌 세포를 손상될 수는 있지만 죽이지는 않는다. 알코올은 뉴런의 수상돌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 수상돌기는 여러 뉴런을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중요한 구조물이므로 수상돌기가 손상되면 뇌 세포간의 정보전달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손상은 학습 및 운동 조정과 관련된 소뇌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알코올은 몸에서 분해가 될 때 물 분자가 필요하므로 신체에 심각한 탈수가 발생한다. 탈수 효과는 뇌에 영구적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알코올 섭취는 비타민 B1 이라고 알려진 티아민의 흡수와 저장을 잘 못하게 하여 결국 치매와 정신병과 관련된 정신 장애인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잦은 음주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감소를 초래하는데, 이 호르몬은 생식력, 성기능, 뼈건강 및 근육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을 오랫동안 자주 먹으면 근육 양은 줄고 배만 나오는 마치 거미 인간처럼 남성스러운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잦은 음주로 인한 신체의 가장 큰 문제는 알코올이 DNA를 손상시켜 암의 발병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DNA 손상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과도한 알코올로 결국에는 일부 손상이 수정되지 않아 암이 발생한다. 남성의 모든 암 중 10분의 1, 여성에서는 33분의 1이 음주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알코올은 1987년에 발암 물질로 지정되었다. 알코올 섭취와 관련이 많은 암은 구강암, 식도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및 유방암 등 여러가지가 있다. 알코올에 의해 발생된 간암은 알코올과 관련이 없는 간암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2014년에 수행된 연구에서 가벼운 음주도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는데 이 연관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특히 낮은 것 같다.

대장암의 발병 위험도 하루 15g의 알코올을 마신 사람은 10%, 30g 이상의 알코올은 약 25%의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암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성은 하루 두잔, 여성은 하루 한잔 이상 마시지 말 것을 권유하는데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보면 지키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듯 하다.

과도한 음주가 일부 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가장 큰 위험은 흡연과 음주의 조합이다. 금연과 금주는 평생 숙제이다. 어쩌면 인간은 천천히 자살하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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