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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18조원 들여 애플 ‘시리’ 만든 AI기업 인수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의 뉘앙스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빠르면 12일 인수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논의 중인 인수 가격은 160억달러(약 17조9280억원)로 주당 56달러 수준이다. 지난 9일 종가 45.58달러보다 23% 프리미엄을 반영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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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는 애플의 AI 비서 ‘시리’ 초기 개발에 참여한 업체 중 하나다. 미국 복합기 업체인 제록스에서 1992년 분사한 뒤 음성인식 서비스 업체로 변모했다. 의료와 통신, 자동차,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컨버전스 AI’가 뉘앙스의 주무기다.
뉘앙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했다.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고 전문 분야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뉘앙스가 집중한 분야가 헬스케어다. 뉘앙스는 병원과 의사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구축했다. 지난 2월에는 음성인식으로 의사 대신 진료기록을 남겨주는 음성비서 스타트업 세이카라를 인수했다. 이후 뉘앙스 주가는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올랐고 시가총액은 130억달러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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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의 성장은 헬스케어에 집중 투자하던 MS의 눈에 들어왔다. MS도 병원과 의사들에게 더 많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의료 경력이 있는 임원을 채용하는 등 의료 분야에 진출을 시도해 왔다. 뉘앙스와도 2019년부터 임상의와 환자의 대화 내용을 전자 건강기록에 통합하도록 하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해온 터다. 공교롭게도 MS 보스턴 지역 사무소 중 한 곳은 뉘앙스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MS는 작년 12월 뉘앙스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이뤄질 경우 AI 분야에서 알파벳의 구글·아마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MS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MS는 다른 업종에 비해 헬스케어 산업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뉘앙스를 인수할 경우 음성인식 AI 시스템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뉘앙스 인수는 MS에 트로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년 전 미 법무부가 같은 혐의로 MS를 제소한 뒤 2002년 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된 바 있어서다. 규제당국의 칼날을 피해 MS는 기업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MS는 AI와 오픈소스 개발, 게임 분야에서 활발하게 M&A를 진행 중이다.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판매의 핵심 동력이 되는 지적재산과 인재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에는 소스코드 공유서비스 깃허브를 75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 인기 게임 시리즈를 선보인 게임업체들을 보유한 게임사 제니맥스를 사들였다.
MS의 공격적인 M&A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MS가 M&A 전쟁에 돌입했다”며 “앞으로 12~18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