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3일 09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지난 2006년과 2007년 각각 LG상사(001120)와 LG그룹 계열에서 벗어나면서도 알짜 자산은 가져간 반면 차입 부담은 털어버리는 등 실속을 톡톡히 챙겼고, 지난 해에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면서 패션산업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불황 여파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오히려 신규 브랜드를 대거 론칭(launching)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우위를 선점했다. 착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패션업계 부동의 1위였던 제일모직(001300)과의 간격을 점차 좁혀나가고 있고, 시장에서도 LG패션의 상승세에 적잖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든든한 브랜드로 매출 1조 클럽
통상 우량한 그룹의 계열사가 분리하면 그룹 지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LG패션은 그룹 분리를 오히려 호재로 만들었다. 우선 출발부터 달랐다. 2006년 말 LG상사로부터 분할되면서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신사동 사옥 등 양질의 자산은 그대로 승계했고, 차입금은 가져오지 않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 LG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도 쏠쏠한 분리작업을 통해 실속을 챙긴 셈이다. 현재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본걸 사장을 중심으로 구본순, 구본진씨 등 일가가 총 38.3%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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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패션이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다져온 브랜드는 높은 충성도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LG패션의 상징적 브랜드인 닥스와 마에스트로는 론칭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지속적인 리뉴얼을 통해 시장에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헤지스와 라푸마 등 후발 주자들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2007~2008년 당시 7000억 원대였던 연간 매출액은 2009년 9222억 원에 이어 지난해 1조 1212억 원을 기록,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했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0%를 넘어섰고, 패션기업 중 매출 기준으로는 제일모직(1조 3912억 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수익성 재무구조 탄탄한데… 수익성 측면에서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주춤했지만, 이후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현금창출능력(EBITDA)은 2007년 1099억 원에 이어 2008년 1254억 원으로 늘었지만, 2009년 1222억 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07~2008년 12.4%, 13.4%에서 2009년 10.1%로 떨어졌다.
그룹 분리 당시부터 애지중지하던 재무구조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2007년까지 차입금이 전혀 없다가 2010년 말 기준 차입 규모는 30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319억 원의 현금과 682억 원의 단기 금융상품 등 1000억 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700억 원 수준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35.2%, 3.5%였다.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즉각 신용등급 상향과 저비용 자금조달이라는 열매를 가져다 주었다. LG패션은 등급 상향에 맞춰 재빠르게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고, 시장의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4월4일 발행한 5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는 기존 A+등급 민평(4.44%)은 물론, 새로 받은 `AA-`등급 민평 수준인 4.35%의 조달 금리를 기록했다. 직전 회사채 발행이었던 2009년 8월 당시 5.7% 금리보다도 상당히 유리한 자금 조달이었다.
등급상향 기업이 한동안 시장의 저평가로 인해 고전하던 관행을 깨고, 단숨에 해당 등급 민평 수준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그 만큼 충분한 상향 근거를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의미였다. 패션업계 1위인 제일모직이 불과 한 달 전에 발행한 10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가 4.34% 금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LG패션으로선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였다.
계열사에 대한 부담은 덜한 편이다. 지난 2006년 LG상사와 분할하기 전 기존 채무에 대해 각각 연대보증 의무를 지고 있지만,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LF푸드는 유일한 계열사 리스크로 꼽힌다.
신용평가회사들은 LG패션이 LF푸드로 인해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신정평가는 "LF푸드가 설립 이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적자 규모가 작은데다 손실 폭도 감소하고 있다"며 "지급보증 등 우발채무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지원 등 추가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진출은 LG패션의 향후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산업에 98%를 의존하고 있는 LG패션은 올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고자산이 늘어나고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실제로 2009년 TNGT W, 조셉(Joseph), 질스튜어트(Jill Stuart), 바네사브루노(Vanessabruno) 등 신규 브랜드를 대거 론칭할 당시 재고자산 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라푸마 브랜드의 국내 판매권 양수로 인해 무형자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잉여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패션산업은 경기민감도와 경쟁강도가 높은 편이어서 A등급도 넘기 어렵지만, LG패션은 매출 성장률이 좋고 차입부담도 거의 없어 신용등급은 `AA-`로 올랐다"며 "향후 성장동력은 해외 쪽인데 중국시장이 진입 초기단계이고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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