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계획 '자진취하' 바이오벤처 투자주의보

올해 들어 바이오 업체 6곳 IND ''자진취하''
"임상 디자인 재설계나 서류 보완 시간 위해"
"자진취하 너무 잦으면 주가 관리 여부 의심해야"
역량 집중할 파이프라인만 남기려는 움직임도
  • 등록 2022-10-04 오전 8:10:56

    수정 2022-10-04 오전 8:10:56

이 기사는 2022년9월29일 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한 후 ‘자진취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그 배경이 관심이 몰린다. 임상 설계 수정이나 자료 보완 등을 위한 자진취하는 할 수 있지만, 취하 횟수가 잦거나 취하 후 재신청 사이 기간을 너무 짧게 두는 경우는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 후 자진취하한 업체는 강스템바이오텍(217730), 차백신연구소(261780),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제넨바이오(072520), 퓨쳐켐(220100), 코미팜(041960) 등 6곳 정도다.

업계에서는 자진취하 배경으로 주로 자료 보완을 위한 시간 확보와 임상 설계 변경 등을 꼽는다. 실제 차백신연구소와 제넨바이오, 강스템바이오텍 등은 정해진 기간 내 식약처 요청 자료를 준비할 수 없어 추가로 시간을 벌기 위해 자진취하했다. 임상 설계를 전반적으로 손보기 위해 자진취하를 한 업체는 코미팜과 퓨쳐켐이 있다. 코미팜은 지난 16일 자진취하 후 임상 프로토콜을 재설계한 뒤 3일 만에 재신청했다. 퓨쳐켐은 지난 19일 전립선암 진단제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신청을 자진취하했다. 임상 디자인 측면에서 식약처 의견을 반영해 재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통상 업체가 IND를 제출하면 30일(영업일 기준)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 발표한다. 식약처는 업체에 보완 요청을 두 번할 수 있으며 1차 보완에 대한 제출기한은 30일, 2차 보완은 10일 이내 보완 자료가 제출돼야 한다. 식약처의 보완 요청에 따라 업계가 보완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은 처리기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처리 기한까지 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반려’된다.

반려 통보를 받는 대신 자진철회를 하는 건 주가 하락폭을 제한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일부 기업은 이 조치가 임상 중인 물질의 약효와는 상관이 없으며, 단순히 임상 디자인에 대한 의견 차이일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 바이오 기업 IR 담당자는 “일단 식약처에서 반려 통지를 받는다는 건 투자 업계에서 일종의 패널티로 인식된다”며 “CB 등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받아야 하는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반려 통보 하나로 투자를 유치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자진취하라는 카드가 훨씬 낫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 종사자들은 네트워크가 교류가 활발하다. 업계에서 인식이 안 좋아지면, 그 인식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며 “반면 자진취하를 하면, 임상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 있지만 회사가 직접 취하 이유를 만들 수 있고 또 공식적으로는 승인을 거절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을 투자를 노릴 수 있는 플랜B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D 신청과 자진취하를 빈번하게 하거나, 자진취하 후 재신청하기까지 기간이 짧은 업체는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동철 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사실 지난해 바이오 기업 투심이 한창 좋았을 때는 IND 신청만 해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자진취하 한다고 해도 IND 신청 전 주가 수준만큼 빠지지 않고 그 주가보다 높은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진취하 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재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주가 관리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며 “보통 자진취하하는 경우는 임상 디자인이 잘못된 경우인데, 디자인을 다시 짜는 것이 과연 일주일 이내에 끝날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악화된 자금난도 잦아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바이오 투자 환경이 얼어붙으면서 바이오 벤처들이 역량을 집중할 파이프라인만 남겨두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요즘 자금 여력이 없다 보니, 어떻게 보면 예전에 꼼꼼한 준비 없이 들어간 임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며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어떤 기업이 알짜배기인지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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