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벽을 넘은 가운데, 후속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의 연구개발(R&D)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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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 10일 FDA로부터 바이오 의약품 약효를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활용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랩스커버리는 한미가 자체 개발해 가동하고 있는 여러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중 하나다. 이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뿐 아니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과 특발성폐섬유증 등 다양한 질환 치료제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특정 약물이나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확장성이 높은 만큼 후속 랩스커버리 파이프라인 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한미의 파이프라인 상당 수가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롤론티스 후속 신약 개발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기술 ‘콘주올’을 보유하고 있다. 창사 이후 누적 마일스톤(임상 진행에 따른 기술료)만 5조원에 이르며, 2020년 한 해에만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한 ADC 기술 기반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LCB14’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World ADC 2022’에서 LCB14 임상1상 중간데이터를 구두발표했다. 경쟁약물로 꼽히는 ‘엔허투(enhertu)’(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방식의 유방암 치료제) 보다 현저히 낮은 용량에서 우수한 약효를 보였고 낮은 등급의 부작용만 관찰돼 안전성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첫 임상 데이터 발표를 기점으로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 중인 기술이전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올해 신설한 보스톤 법인을 중심으로 ADC 신약 파이프라인 독자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SC)로 변환하는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에 대한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피하 조직으로 약물 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이용한 제형 변경 플랫폼을 가진 전 세계 두 회사 중 하나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지난 4월 실사 일정을 협의한 후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항암제 뿐 아니라 비브가르트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도 ALT-B4 플랫폼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타깃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한미약품의 FDA 허가 건이 직접적으로 다른 바이오텍 플랫폼 기술과 관련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별 기업의 플랫폼 기술력과 기술이전 사례를 살펴보고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최근에는 많은 바이오텍들이 신약 개발 효율성과 편의성을 위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오히려 보유하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게 더 힘들지 않나 싶다”며 “해당 기업들에도 롤론티스 같은 시판사례가 나오면 개별 기업 플랫폼 가치는 더욱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