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EC-18’은 면역 조절제다. 녹용에 kg당 0.002% 존재한다고 알려진 지질화합물이다. 자연상태에서는 극소량 존재해 상업화 가능성이 낮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자체적으로 화학적 합성을 통한 대량생산 제법을 개발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 후보물질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를 모았다.
호중구감소증 임상 2상 중단…올빼미 공시 의혹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서 호중구감소증 치료 목적 EC-18의 임상 2상 시험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임상시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는 물리·환경적 상황이 지속됐다”며 “시험기관에서 대상환자를 모집하고 임상시험을 개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향후 동일 적응증에 대한 임상시험을 재계획할 수도 있겠으나, 최신 과학적 근거 및 치료지침 등을 반영해 재검토한 후 변경된 임상시험계획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치료나 감염 등으로 인해 백혈구 내 호중구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해당 내용은 지난 1일 금요일 오후 6시 38분에 공시돼 시장의 반발을 샀다. 전형적인 ‘올빼미 공시’라는 지적이다. 해당 시점에 공시를 한 이유에 대해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를 거치고 식약처 절차를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서 해당 시점에 공시가 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2019년 7월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호중구감소증 임상 2a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약의 효능과 안전성에서 모두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 글로벌 라이선싱과 조기 상용화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됐었던 ‘EC-18’
EC-18은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됐었다. 이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2020년 8월 당시 장중 주당 17만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 역사상 최고점이다.
당시 한양증권(001750)에서는 엔지켐생명과학의 목표가를 22만9000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2상 성공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2022년 엔지켐의 선택은…CRIOM·ARS
엔지켐생명과학의 파이프라인 ‘EC-18’의 적응증으로 제시하는 것은 △구강점막염(CRIOM) △호중구감소증(CIN)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코로나19(COVID-19)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제(ICI Combination)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등 6개다. 결과적으로 이중 2개는 실패했거나 중단됐다.
이중 엔지켐의 ‘선택과 집중’은 구강점막염과 급성방사선증후군이다. 구강점막염의 경우 임상2상이 마친 상태고, 급성방사선증후군은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엔지켐생명과학은 FDA로부터 구강점막염 치료제 혁신신약 지정(BTD)과 관련해 각 피험자 단위의 임상시험보고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 받았고, 지난달 말까지 FD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BTD란 허가된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 대한 약물의 개발과 심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BTD에 지정되면 FDA로부터 허가 과정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도 내비쳤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일본 등 업체들과 단순히 미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 자료에 대응한 부분들도 있다”며 “급성방사선증후군도 동물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외에는 백신 위탁생산(CMO)사업과 건기식 사업이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의 코로나19 DNA 백신 ‘자이코브 디(ZyCoV D)’ CMO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해 주관사인 KB증권이 떠안아 현재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는 KB증권이다.